'떠날 때는 말없이'
노랫말처럼 가버렸다.
갑작스러운 가수 현미 님의 죽음, 믿기지가 않는다.
타인의 죽음에 대체로 관대하지만 절절한 슬픔으로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미 님의 죽음은 또 다르게 내 마음 한곳에 웅크리고 앉는다.
이것도 나이 탓인가?
꾀꼬리 같은 맑은 소리를 가져야 가수가 될 수 있었던 시절, 허스키한 보이스와 풍부한 성량을 가지고 '밤안개'로 혜성처럼 우리 앞에 나타났다.
더 깊고 묵직한 감성으로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보고 싶은 얼굴'은 한때 나의 18번이기도 했다.
그녀는 파란만장한 삶이었지만 노래를 좋아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당당히 살아가는 한 여성이었다.
가끔 TV에서 거침없고 재치 있는 말과 행동은 100세를 거뜬히 살 것 같았다.
건강하다고 방심하지 말자.
친정 엄마와 나는 닮은 점이 많다.
작은 체구와 건강 외에도 많지만 특히 바른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다.
당시에 90세면 고령인데도 젊은 사람들과 함께 앉아계실 때도 가장 바른 자세, 꼿꼿함을 유지하셨다.
가끔 허리가 접혀있을 때는 엄마를 생각하며 재빨리 자세를 바르게 한다.
평소에도 엄마만큼만 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죽음에 초연(超然)했다.
건강하고 활동적이던 현미님이 85세에 유명을 달리하다니......
시간이 소중하다.
허투루 시간 보내지 말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는 마음이 더 절실해진다.
떠날 때는 말없이
그날 밤 그 자리에 둘이서 만났을 때
똑같은 그 순간에 똑같은 마음이
달빛에 젖은 채 밤새도록 즐거웠죠
아 그 밤이 꿈이었나 비 오는데
두고두고 못다 한 말 가슴에 새기면서
떠날 때는 말없이 말없이 가오리라.
그날 밤 그 자리에 둘이서 만났을 때
똑같은 그 순간에 똑같은 마음이
아무리 불러도 그 자리는 비어있어
아 그날이 언제였나 비 오는데
사무치는 그리움을 나 어이 달래라고
떠날 때는 말없이 말없이 가셨는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불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