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연말 모임을 앞당겨 하기로 했다.
코로나로 자주 보지를 못했는데 기저질환이 있는 친구도 무조건 나오기로 약속.
약속보다 조금 일찍 셔틀버스에서 내렸는데 종소리가 들렸다. 100여 미터쯤 거리에 구세군이 보였다.
올해 처음 만나는 반가움에 참여를 하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가뿐하다.
몇 년 전에 가수 비의 '깡'이란 노래와 1일 1깡 한다는 말이 유행이었다.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하루 한 번씩 깡 뮤직비디오를 본다는 뜻이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언니랑 '우리도 하루 하나씩 좋은 일 하자'라고 약속했다. 밖에 나가면 남에게 해당되지만 집에서는 가족이나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그러나 실천은 오래가지를 못하고 흐지부지되었다.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설레고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나는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누구나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데 그중에는 보지 못해서 아쉬운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연락처를 알아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휴대전화가 010으로 통합되면서 번호가 바뀌어버린 사람도 있는데 찾으려고 애를 쓰지도 않았고 가슴에만 묻어 둔 사람들이다.
고마웠던 사람도 있고 미안한 사람도 있다.
늦은 점심 식사 중에 남편이 전화를 받더니 부부 함께 하는 저녁 식사 약속을 했다. 대구에 집을 두고 휴양차 제주살이를 하는 친구다.
꼭 한번은 만나야 될 사람이다.
20년 만에 만난 그분은 찬 저녁 날씨에 심한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너무 놀랐지만 따뜻한 실내에서는 정상적으로 돌아와 마음이 놓였다.
부인과는 가끔 만났지만 너무 오랜만에 부부 함께 만났으니 할 얘기도 많다.
우리 집이 갑자기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땐 큰 위로를 해주셨고, 처음 골프를 배웠을 때 머리를 올려준 분이기도 하다. 싱글을 치며 OO 골프협회 회장이기도 한 사람이 왕초보자와 함께 라운딩 해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뒤에 알았다.
올해 가장 기쁜 일이 OO 님을 만났는 일이며 식사대접을 꼭 하고 싶었다는 마음을 전했다.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유채꽃 피는 봄에는 제주도에 들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러워한 여인이 있다.
며칠 전 모임에서 전화번호를 알아내었다. 대구는 생각보다 좁기 때문에 꼭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다.
저장하려고 누른 번호였는데 바로 연락이 왔다.
20년이 지났지만 목소리는 그대로여서 서로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다.
저녁에 다시 전화가 와서 연말연시는 시간을 낼 수 없으니 내일 당장 보자고 한다. 분명하고 순발력이 뛰어난 점도 그녀의 매력이다.
다음날, 날씨가 추우니 도착해서 전화할 테니 미리 나오지 말라는 문자가 왔다.
작은 것 하나까지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런 마음을 나는 좋아한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그대로라며 뻔한 덕담을 주고받아도 눈과 목소리는 진심임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애인을 만나는 것도 아닌데 잠을 설쳤다고 하니 자기도 그랬단다.
세월만큼 쌓인 많은 얘기를 두서없이 나누었다.
내가 힘들었을 때 나에게 해준 말들을 하나하나 일러주니 정작 본인은 전혀 모르겠다고 한다.
평소 품성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남에게는 힘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는 '예'이다.
3살 위이기는 하지만 모든 면에서 내가 살아가는데 배움도 주고 좋은 영향을 끼친 사람임에 틀림없다.
고마운 마음, 꼭 식사 대접하고 싶었다는 진심을 전했다.
1일 1선을 다짐한 이후 기쁜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
오랜 세월 꼭꼭 묻어두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바라보는 기쁨
물질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은 나의 바람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산울림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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