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찜통더위다.
오전 일찍 오늘 할 일은 마쳤다. 더울 땐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게 최고다.
시원하게 해 놓고 컴퓨터를 켰다. 순서대로 대충 뉴스를 보고 특별한 볼거리가 없으면 블로그로 이동한다.
어느 블벗님의 댓글에 뜨끔 눈물이 돈다.
싱싱한 방울토마토만 골라 어머니께 드리겠다는 아이 같은 순수한 댓글
감동의 늪에 푹 빠져버렸다.
어머니란 말만 들어도 그립고 애틋한 마음은 나이가 들수록 더 깊어진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고 착한 아들 딸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오늘은 음력 생일이다.
이렇게 무더운 날 울 엄마 날 낳으셨구나.
양력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우리 가족은 생일도 양력으로 한다.
그런데 어머니는 음력에 익숙하셨고 무슨 행사도 꼭 음력으로 말씀을 하신다.
살아계실 때는 잊지 않고 오셔서 생일밥을 차려주셨다.
젊었을 적 한 번은 남편 생일을 음력, 양력 헷갈려서 두 번 모두 놓쳐버린 불상사가 생겼다.
"자기는 생일을 두 번이나 하면서 나는 한 번도 안 챙겨준다."라고 투정 부리는 바람에 손발이 닳도록, 굽신거리며 애교로 미안함을 모면한 추억도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혼선을 빚는 음력과 양력을 체계화하겠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며칠 전 미장원에서 언니와 만났는데 음력 생일날 저녁을 먹자고 했다.
해마다 엄마 대신 언니가 챙겨주었는데 이제 훌쩍 나이 든 언니를 보니 무엇이든 힘들게 하는 게 싫다.
"더운데 무슨, 안 간다"라고 성질을 부렸다.
"그래도 사람 사는 재민데."
뉴스는 전국이 폭염이니 조심하라고 한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책을 보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저녁에 나갈 일이 걱정이다.
부산 넷째 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셋째 언니가 네가 좋아하는 것만 간단히 준비한다고 하더라며 축하를 해주었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장을 보러 나가고 불 앞에서 음식 만드는 게 속상한다고 또 성질을 부렸더니~~~
"진숙아, 그래도 옆에서 챙겨줄 때가 좋다. 나중에 죽고 나면 해 줄 수도 없고 받을 사람도 없다."
또 눈물 반짝~
오늘 나에게 왜들 이래!
고목의 껍질처럼 메말라 가는 감정에 풋풋한 감정을 수혈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고맙고 좋다.
가까이 있고, 쉽게 만날 수 있고, 함께 공감할 수 있고, 편한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임을 다시 새긴다.
***미역국, 갈비찜, 갈치, 야채샐러드, 가지나물, 콩나물, 쑥갓 나물~~ 종일 흘린 땀과 사랑에 고마움 전합니다.***
***조카가 선물해 준 목 선풍기 2개와 용돈~~ 남편과 똑같이 나눔***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주는 사람
중모리 장단에도 어깨춤 함께 추는
한사람 그대 있어 인생길 꽃길이요
사는 게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고
람주의 유혹에도 고고함 유지하는
들판에 흔들리는 풀꽃과 닮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