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가출했다.
코로나로 오랫동안 갇혔던 생활에서 자유를 찾았는 설렘이 있는 것 같다.
만나지 못했던 서울에 거주하는 동기들과 만나기로 했다며 새벽차를 탔다.
새벽부터 어디로 간다는 건 우리 생활에서 거의 없는 일인데 불평도 없이 바람같이 달려 나갔다.
혼자 남은 내가 신바람이 나야 하는데 웬일이지?
무덤덩~
얼마 전만 하여도 일 년에 한두 번 그런 일이 있으면 큰 보너스를 받는 기분으로 계획을 세우고 들떴는데 이상해.
정말 이상해!
맛난 것을 먹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라지.
예전에는 맞았고 지금은 틀렸다.
좋은 곳을 가든지 맛난 것을 먹으면 꼭 언니랑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가 들어가니 청력이 약해지고 다리도 약해지고 매사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언니를 보면 그런 마음이 든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은 지성으로 정성을 들이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말이 있어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곳이다. 부산에서 오는 사람이 효험이 많다는 소문에 부산에서 가장 많이 온다고 한다.
언니가 잘 갔던 곳이었는데 오랫동안 가지를 못했다.
부처님 모신데 까지 올라갈 수는 없지만 남편이 없는 하루 함께 그곳에서 보내기로 했다.
사찰음식으로 괜찮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테라스에서 커피를 즐겼다.
언니와 나는 믹스커피 애호가, 커피 궁합이 찰떡이다.
바람은 불었지만 맑은 하늘, 새하얀 구름이 있어 더 청아하게 보이는 하늘을 보고 언니는 소녀같이 웃으며 좋아했다.
갓바위 올라가는 뒷길을 조금만 오르고 하늘을 덮은 숲 아래에 앉아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놀았다.
언니의 추억이 서린 곳곳을 떠올리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괜히 짠하다.
요즈음 찍은 사진을 보면 너무 이상해서 예쁘게 단장하지 않으면 사진을 찍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오늘이 가장 젊은 날, 쌩얼굴이지만 다음에 보면 저 때가 좋았다고 할 거라며 서로 찍어주며 좋아라 했다.
다양한 표정을 지으려고 했는데 사진을 보니 거의 비슷하고 둘이의 웃는 모습이 꼭 닮았는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보면 주책이라고 하겠다면서도 사진 찍는 놀이는 재미있었다.
저녁은 치킨으로 때우고 문은 모두 이중 삼중 꼭꼭 잠갔다.
다음날도 남은 치킨으로 한 끼를 해결했다.
과일을 깎아먹기도 싫고 가까이 있는 견과류도 좋아하는 곡물과자도 귀찮다.
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도 그냥 있었다.
딸의 연락을 받고 남편의 도착 시간에 맞춰 급하게 저녁을 준비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정말 이상해!
하루 세끼 남편 덕에 잘 먹는다고 하던 말이 사실로 입증되던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