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너 이름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네.
그런데 왜 이렇게 고약하냐?
이름값도 못하냐?
덩치값도 못하는 유명인도 있고 제값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나만 그러냐고 하면 사실은 할 말도 없다.
미안해, 너무 괴로워서 넋두리한 거야.
지난해 4월 오른쪽 어금니가 아파서 치과에 갔더니 염증이 생겼고 사랑니와 관계가 있다며 종합병원을 가라고 했다.
경대 치과병원을 갔으나 원만한 상담을 하지 못하고 와버렸다.
너무 복잡한 절차에 서툴렀고 나의 어설픈 설명, 인턴 선생님의 무성의한 진단,
다짜고짜 이빨 빼려면 예약 날짜를 잡으려는지 물었다.
거절하고 집에 오니 화만 났다.
바보 같다.
병원에 왜 갔나?
사랑니에 관해서, 지금의 상태에 관해서 정확히 알고 발치를 결정해야 하는데 귀신에 홀린 듯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왔다.
8개월이 지나 다시 아파서 동네 치과에 들려서 종합병원에 갔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똑똑하게 설명을 못했다고 했더니 사진을 보여주시며 설명을 해주셨다. 그리고 의사 소견서에 자세한 내용을 적어주시며 이것만 보이면 된다는 친절함에 너무 고마웠다.
안내 데스크에 '과잉진료는 하지 않습니다'라고 쓰인 문구에서 신뢰감이 갔지만 환자의 마음까지 읽어주시는 선생님이다.
참 좋은 의사 선생님께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
다시 종합병원에 들르니 역시 복잡하다.
보통 사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에 맞지를 않다.
시스템이 과학적이면서 환자 편의 위주로 되어야 하는데 병원과 종사자 편의로 운영됨이 어설픈 나의 눈에도 보인다.
다행히 이번 상담 선생님은 달랐다.
나는 정확하게 설명과 질문을 했고 선생님도 꼼꼼하게 체크하시며 신중하셨다.
다른 선생님과 의논도 하시고 그래도 결론은 교수님과 한 번 더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하셨다.
일주일 후 다시 CT 사진을 찍고 교수님과 상담을 했는데 상상 외로 큰 수술이다.
사랑니는 30살 이전에 뽑으면 좋은데 너무 오래되어 뿌리가 깊어서 힘들다고 하셨다.
4개 중 한 개는 너무 깊이 박혀 신경과 가까워 위험하고 수술 중간에 부러질지도 모르고 부러지면 그냥 둔다는 것이다.
수면 마취를 하고 아래 사랑니 2개만 뽑는 걸로 결정을 했다.
수면 마취를 하려면 2주 전에 피검사를 해야 하고 수술할 때는 2박 3일 입원까지 해야 한단다.
연초부터 이런 날벼락이 없다.
스케일링할 때 나이에 비해서 치아관리 참 잘했다는 칭찬을 들으면 으쓱해했다.
선천적으로 치아가 건강하고 잇몸 마사지, 오래전부터 전동칫솔과 워터픽을 사용한 덕이라 생각된다.
차라리 평소에 이빨이 아파서 검사를 받곤 했으면 미리 알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냉장고 전자레인지 고장 다음이 진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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