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꽃 화분

눈님* 2022. 1. 17. 23:32

확진자 수가 주춤하는 듯하지만 수일 내에 오미크론이 우세 종이 될 거라는 기사가 많아졌다.

그렇게 되면 확진자 수가 1~2만 단위로 늘어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이다.

방역지침의 혼선으로 여기저기 불만이 터지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 보상을 해준다 해도 현실적으로 전액 보상은 어렵다.

이런 와중에 영업이 잘 되는 곳은 줄을 서고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란 말이 나올 법한 곳도 있다.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니 불만을 줄일 수 있는 묘안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가능한 외출 자제를 하는데 은행 볼 일로 시내로 나갔다.

일을 마치고 누구를 불러내어 오후를 보낼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접었다.

인숙이는 갑자기 연락해도 항상 외출 준비가 되어있어 좋아하겠지만 지난주에 부부 함께 만났고 다른 사람은 갑자기 만나자고 하는 것은 실례다.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에는 섭섭해서 반월당 지하도로 내려가서 서성거렸다.

집에 가서 푹 끓여둔 육개장으로 점심을 먹고 싶었지만 간단히 '반월당 닭강정'으로 해결했다.

며칠 전 동아백화점에서 모자를 샀는데 너무 정장 스타일에 어울리는 걸 충동구매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편한 옷을 입는다.

정장 입던 습관이 몸에 배어 충동적으로 옷이나 소품을 사게 되고 입지도 않고 모셔만 두게 되니 후회를 한다.

편한 모자를 사려고 구경하려는데 꽃집이 눈에 띈다.

아가씨가 꽃다발을 만들고 있었다.

너무 예쁘다.

꽃도 아가씨도.

예쁘지 않은 꽃이 있겠냐만 한 겨울에 보는 꽃은 더 눈길이 간다.

25세 전후 청년이 커다란 장미 한 송이의 값을 묻는다.

5,000원!

엄마?, 아니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할 것 같다.

뜬금없이 아들에게서 장미 한 송이를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 궁금해진다.

작은 꽃 화분을 하나 샀다.

모자는 필요 없다.

화분만 소중하게 모셔가야지.

이 화분을 들고 집에까지 가는 동안 나는 한 겨울의 추위도 코로나도 걱정 없이 행복할 것이다.

잔설이 내린 귀밑, 눈가에 주름진 얼굴이지만 소녀 같은 시절로 돌아갈 것 같다.

시클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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