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꽃배달

눈님* 2021. 12. 28. 17:51

옥순이는 참 좋은 사람

가장 오래된 친구다.

고교 3년을 같은 반, 같은 줄에서 단짝으로 지냈다.

학년이 바뀔 때는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서 같은 반이 되었고 키가 큰 친구는 시력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앞쪽으로 와서 나와 짝꿍이 되도록 애를 썼다.

짓궂은 다른 친구가 칠판에 긴 막대와 짧은 막대를 그려놓고 우리 둘이라며 놀렸다.

학교에서나 방과 후에도 늘 함께 손잡고 다녔으니 다른 친구들 눈에는 키다리와 장다리의 한 쌍으로 보였으리라.

같은 직장을 다녔고 결혼도 1년 차이를 두고 했고 배우자도 같은 직업을 가졌다.

그런데 서울로 이사를 가버렸다.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를 못하다.

둘째면서 성격 강한 시어머니를 모시면서도 형편이 되는 사람이 모시는 게 맞는다며 큰 불평 없이 정성을 다했다.

눈치 없는 효자 남편 때문에 속을 끓이긴 했어도 워낙 선하고 착하니 잘 견뎠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조금 편해지려는데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

지금은 일주일에 3회 투석을 받아야 하는데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일정한 체중을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좋아하는 과일, 물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고 음식도 조절을 해야 하니 너무 안타깝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돼. 넌 항상 긍정적이고 선하게 마음 써는 자체가 치료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말해주는 일 외에는 없다.

 

생일날

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해할까?

물질적으로 풍족하니 웬만해선 특별함이 없는데......

꽃바구니를 보내자.

나이가 많아도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얼마 전 친구 권사 퇴임식이 있어서 동네 꽃집에서 꽃바구니를 주문해서 보냈는데 생각보다 너무 허술했다.

가까이 살면 정성 들여서 직접 꽃바구니를 만드는 게 좋은데 그러지를 못하니 이번에는 인터넷을 이용하기로 했다.

검색하는데 꽃배달 전문점과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꽃이 마음에 들면 바구니가 촌스럽고, 리본, 카드, 꽃의 종류, 모양~~~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 꽃바구니가 보이지 않고 간혹 보이면 금액에 입이 쩍 벌어진다.

3일 동안 고민을 하다가 꽃밭을 연상하게 하는 자연스러운 꽃꽂이에 바구니도 마음에 쏙 드는 게 있어서 결정했다.

주문서 아래에 

'처음 이용하니 잘 부탁드립니다, 마음에 들면 이곳만 이용하겠습니다'

견본과 많이 다를까 봐 아부와 협박의 메모를 첨부했다.

 

저녁을 하는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꽃바구니가 너무 예쁘다,

고마워.

남편과 아들딸에게 자랑할 거라며 목소리 톤이 높아져있다.

상상 그 이상 좋아했다.

그런데 나도 기분이 너무 좋은 걸 느꼈다.

내가 꽃바구니를 받았을 때 보다 더 좋은  이 기분은 뭐지?

 

물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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