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거세요."
"뭘요?"
"여기 번호로 전화를 거세요."
그러고 보니 은행 입구에 방명록은 보이지 않고 내 키보다 조금 낮은 입간판이 있었다.
안내 글인데 돋보기가 없어 글씨는 잘 보이지 않고 크게 쓴 숫자가 보였다.(080 3280 9489)
아하!
너무 좋은 아이디어네.
간편하고 정확하고 위생적이고 시간 절약되고......
기분 좋게 휴대폰으로 입력하고 체온 측정과 함께 손 소독을 하고 들어가면서 작은 변화지만 크게 도움을 주는 이름 모를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너무나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산다는 생각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어제 문자로 온누리 상품권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처음 나왔을 때는 오전 10시에 가니 벌써 동이 나고 없었다.
1인당 100만 원 한도, 10% 할인, 사용 기간 5년
이쯤 되면 아무리 숫자 계산이 느린 사람도 욕심을 낼 만하다.
IMF 시절 최고 이자가 연 18~36%였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 일반 은행 정기예금 이율이 1%도 안 되니, 거의 제로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10% 할인은 크다.
그래서 2~3회 발행 때부터 일찍 갔는데 이번이 네 번째다.
언니가 먼저 와 있었다.
처음처럼 줄을 서고 붐비는 현상은 없어지고 잠시 기다려 마칠 수 있었다.
5년 내에 사용해야 된다는 부담이 있었는지 아니면 10% 할인이지만 그까짓 것 별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는지 아무튼 조용해서 좋았다.
언니야!
"세상은 살아갈수록 공평하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돼."
"왜?"
"우리는 돈 10만 원 벌고서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돈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이런 소소한 일에 관심도 없을 테니 우리처럼 이렇게 행복함을 느끼지도 못할 것 아니야."
"정말 맞네."
언니의 맞장구에 눈꼬리 주름을 잡으며 한바탕 웃었다.
나이가 들면서 언니랑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있어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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