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위로가 되는 말

눈님* 2021. 7. 5. 12:52

구름

요즘은 기회만 되면 하늘을 본다.

몇 년 전 오사카 여행을 갔을 때 해안에서 바라본 하늘에 뭉게뭉게 핀 꽃구름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는 이런 구름을 본 지가 어릴 때라고 했더니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없고 맑을 때는 하늘이 아름답다는 아들의 말에 많이 놀랐다.

내가 오랫동안 하늘을 보지 않고 살았다는 생각에 우울했던 기억이 난다.

하늘을 보면 아름다운 건 구름이 있기 때문이다.

구름 없는 하늘은 얼마나 밋밋하고 재미없을까.

깜깜한 밤하늘에 달과 별이 없거나 광활한 대지에 바위도 나무도 꽃도 물도 없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

앞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면서, 뒷 베란다에서는 요리나 빨래를 하면서 주방에서는 작은 창문으로 미세먼지나 날씨를 알아보면서, 거실, 침대에 누워서, 아파트 옥상에서는 텃밭에 물 주고 운동하면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하늘은 본다. 

평생을 보아도 한 번도 모양이 똑같은 구름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니 흘러가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냐.

오늘은 앞 베란다에서 흘러가는 구름을 한참이나 보았다.

신비롭고 재미있다.

뭉게뭉게 큰 구름, 목화송이처럼 폭신폭신한 예쁘고 작은 구름, 옆으로 누운  구름, 여러 동물 모형, 형용할 수 없는 모양도 셀 수 없이 많다.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진 위로 또 더 높은 곳에 떠 있는 구름, 느리게 흐르는 줄 알았는데 구름 아래 산과 길의 거리와 비교를 하니 아무리 빨리 달려도 구름을 따를 수가 없을 것 같은 속도다. 물론 바람에 따라서 틀리겠지만 하여튼 빠르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미시령 휴게소에서 구름과 맞닥뜨렸을 때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구름이 스치는 볼이 따갑다는 걸 느꼈다.

 

며칠째 소식이 없는 명숙이 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한번 하면 오랜 시간 통화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평소에는 목소리가 나이답지 않게 톤도 높고 힘이 찬데 오늘은 목소리의 톤도 낮고 차분하다.

내 예상이 맞은 것 같다.

형부 돌아가시고 1년이 넘었건만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형부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오늘도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게 틀림이 없다.  이럴 때는 특별한 처방도 없다. 객관적인 처방이 모두에게 통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에 어르고 달랬다.

남을 통해서 받는 위로는 잠시일 뿐 내가 스스로 극복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된다는 경험을 얘기하기도 했다.

혼자나 아니면 여럿이 할 수 있는 취미생활도 추천했지만 별 공감을 하지 못한다.

작은 느낌이나 떨림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오늘은 많고 많은 흔한 구름이지만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서 행복했던 얘기를 해주었다.

다음 전화할 때는 60여 년 전 언니랑 둘이만 기억할 수 있는 예쁜 추억을 얘기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우리 명숙이 언니 사랑해! "라고 했더니 놀라운 반응이 나타났다.

"형부는 늘 사랑한다고 말해 주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아무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라며 너무 좋아했다.

아들, 딸이 매일 전화를 하고 첫째 딸은 주말이면 함께 식사하고, 백신 접종 시 혹시라도 위험할까 봐 걱정되어 수원에 사는 둘째 딸은 하루 전날 내려와서 모시고 가는 정성을 들이는 효심을 보이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없었나 보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나 쉽고 흔하게 사용한다.

부담 없이 좋은 말이다.

이왕이면 좋은 말에 진심을 담아 필요한 때에 사용하면 더 큰 공감과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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