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인데~~/봉무공원

눈님* 2024. 11. 6. 15:52

11월 초인데 단풍이 없는 가을이다.

단풍이 들면 동네 길 건너 공원만 가도 갖가지 화려한 단풍을 볼 수 있으니 오늘은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는 남편.

요즘 컴퓨터에 빠져 더 나가지 않는 나를 밖으로 유인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식사 해결해 주겠다는 것.

맛있는 것 먹는 게 제일 행복한 것 같은데 매일 반복되는 식사준비는 주부들에겐 불편.

여유로운 시간, 편한 복장, 빠른 전철보다 버스로 출발~

순환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린 참새 무리가 전깃줄에 옹기종기 앉았는 게 보인다. 수십 마리가 나무속과 전깃줄에서 땅으로 후루루 내려앉고 다시 그 자리로 날아가기를 반복한다. 나무속에서 전깃줄로 나오는 연습을 했을 테고 이제는 땅으로 내려앉는 연습을 하는 모양이다.

혼자라면 계속 참새 무리의 나는 모습을 동영상도 찍으며 놀고 싶은데 별로 관심 없는 남편 신경이 쓰여 버스를 탔다.

 

모임에서 자주 가는 진짜 맛있는 한우집이라며 몇 번이나 말하던 곳,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는 곳인데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조용하다.

야채와 절임 두 가지, 기본 소스 몇 가지만 나와서 기대를 접었는데~~~ 살짝 구운 고기, 우와! 샤르르 녹는 이 맛, 정직한 미각은 눈으로 전달이 된다.

잘한 선택에 엄지 척! 칭찬도 잊지 않았다. 

고기는 남편과 먹을 때 제대로 맛을 느끼며 먹을 수 있다. 한 점씩 바로 살짝 구워서 먹고, 샤부샤부는 각자 한 점씩 바로 익혀 먹을 수가 있다. 남과 먹을 때는 한 번에 많이 구워서 뻣뻣하거나 타버리고, 샤부샤부는 많이 넣고 익혀서 질겨진다.

내 방식대로 하면 별난 성격 같아서 그냥 넘어간다.

고딕 분위기로 정성 들여 꾸며진 휴게실은 최고의 고객 서비스다. 우아하게 커피 한잔이면 되는데 남편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언제였던가, 마지막 다녀왔던 세월이 10년도 넘었을 것 같은 봉무공원~

블로동 꽃단지를 즐겨 다니던 취미를 접은 후 가끔 가던 곳이다.

다니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우리가 여러 번 그곳을 갔다는 것은 정년퇴직 후 근무하던 곳이 블로동이었고 그곳을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계절 상관없이 못을 한 바퀴 돌고 오는 길은 늘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먹는 날도 있었고 때론 소맥을 즐기던 날은 더 화기애애하기도 했다. 이런 날은 평소에는 잡지 않던 손도 잡고 ~~

 

봉무공원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연생태관을 비롯한 어린이 놀이터, 꽃동산, 야영장, 산책로, 등산로도 있다.

수상스키, 수상 레저 강습, 여름철엔 워터파크 시설도 있다.

단산지는 주위의 산과 연결된 곳곳이 깊은 굴곡으로 주름져 있다. 상공이 아니면 전체 못을 한눈에 볼 수가 없다. 깊숙이 굽어 돌아가면 또 다른 모양의 못이 보인다. 둘레 3.5km의 곳곳은 맨발로도 걸을 수 있도록 새롭게 정비가 되어있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일부 구간은 황토맨발 걷기, 작은 구슬모양의 황토알 맨발 걷기도 있고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 시설도 잘 되어있다.

예전엔 풍산개를 사육하는 곳도 있었는데 밤공기를 가르며 우렁차게 짖곤 했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니 다른 곳으로 옮겼는지 모르겠다.

보이지 않던 산불 진압헬기가 자리하고 있는 게 보인다.

산불이 나면 못의 물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니 최적의 장소고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효과도 좋을 것 같다.

단산지는 가뭄으로 물의 양이 줄었을 뿐, 수상 스키 선착장도 그대로인데 주위 시설은 많이 변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게 산책로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만들어 놓은 산과 물 사이의 넓고, 좁은 작은 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가장자리는 시멘트로 경계선을 분명하게 만들어놓고 자로 잰듯한 일정한 폭의 길이 펼쳐져있다.

1m의 거리도 같은 모습이 아닌 올망졸망 오솔길이 얼마나 낭만적이었는데, 너무 아쉽다. 

안전에 더 신경을 쓴 것 같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기다릴 사람은 없지만 못만 한 바퀴 돌고 서둘렀다.

해 질 녘인데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이 물을 가르고 있다.

 

산불 진화 헬기

 

줄어든 물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사람들

 

곳곳이 굴곡이 심해서 보는 곳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못 모양

 

주위 나무들에 이끼가 많이 끼어있다.

단산지 때문인가?

 

봉무공원을 나와서, 해 질 녘의 모습

 

그날, 신기한 문양의 돌을 많이 찍었는데...... 나도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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