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의 길

방황은 끝났다

눈님* 2023. 7. 28. 13:54

방황은 끝났다.

11년 6개월의 긴 방황의 터널, 마침내 밝은 햇살이 비친다.

얼굴에서 전신으로 마음까지 따뜻이 전해온다.

욕심쟁이처럼 모든 걸 가득 안고 가정이란 울타리 속에서 안주했던 시절.

사랑과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었지만 행복했다.

어느 한순간도 잊고 싶지도, 잃고 싶지도 않은 머무르고 싶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몰아친 폭풍!!

중심을 잡으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서 멀어져만 갔다.

재물도 중요하지만 사람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탓에 좋은 사람이 주위에 많았지만 하나 둘 멀어지고 스스로 밀쳐내기도 했다.

구차함보다 외로움을 택했고 외로움은 우울함을 가져오고 49년 형성되어 온 인성마저 조금씩 훼손되어 갔다.

슬펐다.

 

아들 딸 서울로 보내고 2년여 가슴앓이를 했다.

나름대로 작은 계획을 세웠다.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데려와서 친자식처럼 돌보며 공부를 시켜서 자랑스러운 사회인이 되도록 하자.

*나이가 더 들면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자.

계획은 실천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컴퓨터가 가장 친한 친구라며 은둔하던 중 친구의 권유로 요양보호사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일을 하게 된 곳은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다.

9명의 어르신이 거주하신다.

예전에는 치매노인은 괴팍하고 무섭다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아니다.

눈은 거짓말을 않는다.

어린 아기처럼 맑지는 않지만 세월의 풍상을 겪은  눈동자에는 무수한 사연이 담겨있다.

눈을 마주 보며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사랑을 베풀면 치매어르신은 바로 천사가 된다.

시계의 바늘을 80~90년 전으로 되돌아가서 천진한 아기를 만나는 일은 분명 작은 떨림이 있다.

엄마가 되어서 남매를 키울 때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힘이 들었지만 이제는 자신만만이다.

아기를 키울 때의 행복함을 다시 느끼게 된 것이다.

 

감사함을 잊고 살았던 나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다 하지 못한 효도를 하게 된 기회가 온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 주신 어르신!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진심을 다 해서 잘 보살펴 드려야지^^

 

 

영문대 요양원

눈님

 

영남의 최고 명당 영문대 요양원은

문소문 어르신들 전국서 모이는 곳

대구의 자랑으로 백 년을 하루같이

요람에 고이 뉘어 보살핌 지극하니

양지의 할미꽃은 외롭지 않습니다

원대한 복지의 꿈 당신을 사랑해요.

 

201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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