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행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눈님* 2023. 3. 1. 03:08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어난 금수강산 백두서 한라까지

뿔싸 뺏겼구나 무참히 짓밟혔다

한숨 심장 뚫고 허공을 헤매돈다

 

    릴 듯 속삭임에 반달손 귀기우니    

둘러 손잡으면 봄날은 온다 하네

망질 되돌리니 강도는 혼비백산

 

기운 힘찬 함성 그 누가 막으리오

닉한 독립정신 온누리 들불처럼

 

너라 함께 가자 두려움 불사르자

다는 통곡마저 희망의 음률 되어

슴엔 벅찬 감동 춤추는 태극물결

                       

                     

이상화

 

이상과 현실사이 설자리 허허로와

상념은 깊은 동굴 암흑을 헤매이다

화롯불 재가되어 떠나간 님이시여

산울림님 작품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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