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가.
잠든 딸의 얼굴을 바라본 지가.
어린아이 때였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딸의 눈가에 주름이 보인다.
나의 주름과 탄력을 잃어가는 피부는 잠시 우울하고 말지만 딸의 주름은 한숨이 나온다.
잠결인지 딸이 손을 뻗어 나의 손을 잡는데 살림의 흔적이 느껴진다.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길고 여리여리한 손가락이 예뻐서 손가락 모델 같다며 좋아했는데 세월은 모든 걸 변화시키는데 예외가 없다.
함께 살 때는 입시 공부에 집중했고 대학부터 떨어져 살다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부모와 함께 한 시간은 너무 짧았다. 가끔 만나도 많은 사람이 함께 어울리니 둘만의 시간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는 용기 있게 남편과 딸을 남기고 혼자 내려왔다.
부모에게 효도하려면 혼자 가서 부모님이 좋아하는 딸을 독차지하게 하는 게 진짜 효도하는 것이라고 설득했는 것 같다.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혼자서 딸과 함께 숙면을 취한 밤이다.
얼마 전 딸은 말했다.
"엄마가 예전에는 집에서도 예쁘게 홈웨어를 입었는데 요즘은 편한 바지만 입네요."
"학교 다닐 때도 엄마가 예쁘게 해서 학교에 오면 너무 좋았어요"
내가 그동안 너무 아무렇게나 하고 살았나?
이제는 멋보다는 편한 차림이 좋다.
유행보다도 마음에 드는 옷이 좋다.
그렇긴 하지만 애들이 올 때 만이라도 갖추어 입어볼까?
설레도록 마음에 드는 미디 원피스와 볼레르를 마련했다.
딸을 맞이할 때 입어야지.
고무장갑 낀 채 부엌일을 하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반가워 뛰어나갔는데 아뿔싸!
바지차림이다.
딸은 아빠 생신이라고 대표로 왔다.
얼마 전 설이었고 머잖아 딸이 이사를 하면 그때 함께 모이기로 하고.
밖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서 파티를 하자.
고기, 회, 한정식, 패밀리 레스토랑~~어디가 좋을까
'빕스' 평소에 남편과 둘이서 가기가 쉽지 않았던 곳으로 결정했다.
그곳에는 와인과 맥주가 무제한이라니 얼마나 매력적이냐.
결정을 하기 어려워 망설이 때는 작은 내가 결정해 버리는 우리 집의 독재자다.
성공!
딸기 축제기간이다.
하우스 재배로 제 철이긴 하지만 비싼 딸기가 가득하다.
생일케이크,
너무 예쁘다.
남편도 나도 휴대폰에 담는다. 이런 모습 딸은 놓치지 않고 동영상으로 담는다.
재빠르게 가족 단톡방으로 보낸다.
초의 개수가 너무 많다는 딸의 함축된 말에 남편 얼굴을 조금 더 자세히 보았다.
"나리야, 아빠 멋있지?"
며느리가 보낸 케시미어 스웨터, 하얀 케이크, 촛불이 환상적이다.
깜깜하게 불을 끄고 촛불 밝히고 생일 축가를 불렀다.
생일 파티에는 아이들이 함께 해야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떼어놓고 온 손녀가 생각난다.
너무 포식을 한 탓으로 케이크를 먹지를 못했다.
앞으로도 혼자 내려와서 짧은 시간이지만 알차게 보내는 게 좋겠다는데 의기투합한 뜻있는 날이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꽃/폭탄주/사골곰탕/남편의 불평 (0) | 2023.02.14 |
---|---|
눈물이 난다 (0) | 2023.02.09 |
蘭香千里/人香萬里 (35) | 2023.02.02 |
모든 것이 기적 (0) | 2023.01.28 |
희망 선물/동네 책방 (59) | 2023.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