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계묘년과 꿈 이야기

눈님* 2023. 1. 2. 13:06

계묘년을 맞으며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토끼다.

아들이 '토끼띠'기 때문에 겹쳐지는 것 같다.

아주 어릴 적부터 토끼와는 친숙했다.

마당에는 개집, 닭집, 토끼집이 있는 집은 흔했다.

산으로 들로 다니면 쉽게 만날 수 있는 동물도 토끼다.

순하고 귀여워서 어린아이의 마음에도 겁 없이 손길을 줄 수 있는 게 토끼다.

토끼와 거북이의 동화를 읽으며 능력보다 노력의 중요함을 배우고 토끼전을 읽으면서 침착과 꾀와 지혜를 배웠다.

 

부산 전포동에 위치한 행경산은 어린 내가 아는 유일한 산이다.

유년 시절의 많은 추억이 어린 곳이다.

맑은 개울을 따라 시민들은 빨래를 하려 오는 곳이기도 하다.

돌로 아궁이를 만들고 장작불을 피워서 양잿물에 삶은 빨래들은 흐르는 물에 더없이 깨끗하게 씻겼다.

바위에는 하얀 빨래들이 수묵화의 꽃처럼 널려있고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은 물놀이에 여념 없다.

개울 따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바위틈에 염원을 비는 촛불을 쉽게 볼 수 있다.

동네 아이들은 타다 남은 숯이나 초를 주우려 다니는 일이 허다하다.

언니를 따라다니면서 초를 발견하면 너무 신기하고 뿌듯했다.

주로 호롱불을 켜던 시절이니 촛불이나 촛농으로 불을 밝히면 컴컴한 방이 더없이 환해서 좋았다.

행경산으로 올라가는 곳에는 절도 있고 굿당도 두 개가 있었는데 큰 굿을 하는 날에는 동네의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러 간다.

먹을 게 귀하던 시절 굿이 끝나면 푸짐하게 차린 음식을 골고루 나누어주는 후한 인심이 굿당에는 있었다.

볼거리가 귀한 시절 무당들이 펼치는 무속춤의 공연도 보고 음식 대접까지 받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정월대보름이면 행경산 꼭대기에 올라서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는 게 연례행사다.

 

*꿈*

1. 행경산 꼭대기 캄캄한 밤

산처럼 큰 바위에서 어린 아들과 놀았다.

바위는 약간 비스듬한데 갑자기 아들이 스르르 미끄러지며 떨어져 버린다.

손을 쓸 여유도 없이 아아~~ 내 아들을 잃어버리는구나~~~~~~~~~

탄식하며 기어서 바위 끝으로 가서 아래를 보니 파란 강물이 흐른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아기가 힘차게 헤엄을 치며 강가로 나오고 있다.

파릇한 하늘을 보니 쏟아지는 별빛으로 찬란하게 수를 놓고 있다.

(캄캄한 밤에 파란 강물일 수가 없는데 꿈에서는 분명히 강물은 짙은 파란색이었다.) 

 

2. 탕탕탕!!!

부산 하야리아 부대 앞에서 재빠르게 몸을 피했다.

쉼 없는 총소리와 아우성으로 인파가 이리저리 몰리고, 전쟁이 났다.

포탄이 떨어지고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달아난다. 목조 건물의 나무판이 부서지며 공중을 날고......

헤매다 보니 아들이 보이 지를  않는다.

울며 시내를 찾아다녀도 찾을 수가 없다. 외곽으로 발길을 돌렸다.

멀리 푸른 초원이 보인다.

전쟁과 평화

파란 토끼풀이 융단처럼 펼쳐진 그곳에서 아들은 토끼와 놀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 목격한 4.19 혁명과 5.16 군사혁명의 사건이 꿈에 전쟁으로 나타났는 것 같음)

 

태몽을 꾼 일이 없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두 번의 꿈을 꾸었다.

너무 선명해서 그림 그리는 재주가 있으면 하나하나 표정까지 그릴 수가 있도록 뚜렷하다.

언젠가 아들에게 오래전에 꾼 꿈 이야기를 하며 '넌 어떤 상황에서도 잘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 거라'라고 했더니 '고맙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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