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글/눈님
김정일 사망 소식 한반도 긴장 고조
정지된 남북문제 물꼬 틀 좋은 기회
일깨운 세계정세 국익의 조문 외교
사라진 민족의 혼 찾음과 신뢰 회복
망평을 자제하고 진심을 전달하라
- 한반도 ‘조문외교’ 한국이 안보인다
- 주변국 '김정은 체제' 인정
정부, 김일성 사망때처럼
눈치만보다 구경꾼 될판
워싱턴에서 모스크바까지.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개국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조문외교가 일단락됐다. 공통분모는 김정은 후계체제 인정과 안정적 권력이양 지지다. 주변국들은 이를 시작으로 포스트 김정일 시대 북한에 대한 지렛대 확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앞서 나가는 중국 지도부와 변변한 접촉도 못한 채 미국의 뒤에서 두리번거리는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 19일 김 위원장 사망 발표 10시간 만에 당 중앙위 등 4대 권력기관 공동 조전 형식으로 가장 먼저 김정은 체제의 승인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본은 당일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돌연한 서거 소식에 애도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고 말하며 가장 먼저 조의를 표했다. 러시아도 같은 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직접 조전을 보내는 형식으로 후계체제를 지지했고, 이튿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북한대사관으로 조문을 갔다.
미국은 20일(현지시각)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성명을 통해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라는 표현을 쓰며 김정은 지도체제를 인정했다. 클린턴 장관은 특히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평화롭고 안정적인 전환을 원한다"며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을 희망했다.
물론 한국 또한 20일 류우익 통일부 장관 담화문 형식으로 "북한 주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사망에 '조의를 표하는' 대신에 북한 주민에 대한 '배려와 기도'를 표명한 미국과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와 비교하면 한-미간 협조 채널이 상대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이 제대로 대응 못하고 허둥댈 때, 빌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대신해 북한 주민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는 공식 조의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이런 양국간의 외교적 지체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한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양국의 거리는 적잖다. 미국이 '북한의 새 지도부'라고 국무장관 성명뿐 아니라 백악관 대변인 등이 거듭 밝히는 데 비해, 한국은 북한의 후계지도체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않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김 위원장 사망 발표 뒤 하루도 지나기 전인 19일(현지시각) 실무접촉을 벌여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의 조짐을 보여줬다. 북한도 대외활동을 닫는 국장이라는 상황에서도 미국과의 통로를 닫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중국 최고 지도부와의 전화 통화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이, 중국 최고 지도부는 최고 의전으로 북한을 위문하고 있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지도부 9인 전원이 20~21일 이틀에 걸쳐 직접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이렇게 미·중의 활발한 움직임과 북한의 호응으로, 김 위원장 사망은 지난 7월 북한과 미국의 제네바 접촉으로 재개된 국제적인 대북 화해와 접촉 흐름을 중단시키기보다는 촉진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한국이 그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 4강과 비교할 때, 가장 주도적이어야 할 한국의 '조문 외교'는 가장 늦고 가장 약한 톤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는 이명박 정부 들어 얼어붙어버린 대북관계의 '후과'이기도 하지만,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 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함께 주도할 수 있는 '호기'를 놓쳐버렸다는 지적이 적잖다.
1994년 7월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의 사망 뒤 한국은 국내에서 벌어진 조문논란 파동으로 북한과 관계가 완전히 단절됐다. 한국은 석달 뒤 제네바에서 벌어진 북한과 미국의 기본합의 협상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해, 북한 경수로 건설 비용만 부담했다. 지금 17년 전 상황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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