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애도] 우리는 행복했습니다./봉하마을 조문을 다녀와서.

눈님* 2009. 5. 25. 02:59

믿어지지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다.

사람이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라니.

그런데 또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살아있는 권력, 기득권, 일본 앞잡이의 후손들, 국민을 귀 막고 눈멀게 한 언론들에 갈기갈기 찢기고 매도당해 만신창이 된 대통령의 죽음 앞에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조문 행렬.

거기는 남녀노소 직업 구별이 없었다.

노모를 부축하고 오는 중년,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부부

유아자녀들에 대통령의 업적을 쉬운 말로 예를 들며 설명하는 젊은 엄마

(부자가 세금을 정직하게 많이 내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장애인, 스님 타 종교인...

줄의 앞에 아가씨에 어디서 왔나 물었더니 부산서 왔단다.

뒤에 사람에 물었더니 경기도 포천서 왔단다.

쏟아지는 비에 온몸은 젖었지만 불평이나 왔는 걸 후회하는 이 하나 없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2차로의 길에 꽉 찬 조문객들은 서로 교차하며 대체로 질서를 유지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정신 못 차린 모 국회의원이 차를  타고 안까지 들어가려다 제지당하는 모습이 보였다.

언제까지나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갈 것인지 한심하다. 더구나 권위주의 타파에 그토록 심혈을 기울인 노무현 대통령의 조문에 와서까지 이러고 있는 자가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하겠는가.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여기에 오기 전 어제 내내 눈물만 흘렸는데 오늘 이곳에 오니 기분이 좋아졌다는 사실.

나뿐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너무 큰 슬픔을 견디지 못해 쓰러지는 불상사도 있었다지만 대부분 조문객들은 슬픔은 슬픔이고 한편으로는 행복한 모습들이었다.

늦게나마 정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란 희망과 역시 그답다. 깨끗하고 멋진 마무리를 잘하셨다.

하이에나 같은 무리들 틈에서 말없는 최후의 사자후를 내뿜으셨다는 뿌듯함, 정의는 살아있고 최후의 승리자는 당신이라는 자부심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은 것 같았다.

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으랴.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만은 그러기를 바랐다. 많이 사랑하기에......

죄 없고 깨끗한 자가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말하지 않겠다. 그렇지 않은 자는 입을 다물라, 우리 모두 죄인이다.

이곳에 와서 현장을 보지 않은 사람은 민심을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귀 막고 눈멀게 해도 양심과 정의는 아직 살아있다는 걸 민심은 보여주고 있다.

머리 위에 언론사의 헬기들이 떠 다니며 촬영은 하고 있다.

수많은 기자들이 카메라로 찍어대고 있지만  정확히 보여주고 전달할지도 솔직히 믿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외 언론에서는 이 정부가 폐기 처분시키고 매도당한 업적들을 보도하고 있다.

 

오늘 노 대통령의 조문을 다녀와서 느낀 게 많다.

사람은 죽은 후에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 진가를 알게 된다는 사실.

조문객이 많다고 잘 살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진심으로 그 사람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명복을 비는 사람이 있느냐가 척도다.

나의 생활을 다시 점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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