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은 필요하다는 인식은 예전부터 있었다.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시작으로 정부와 의료계의 분쟁은 해결할 기미도 없다.
위급환자들의 수술이 제일 급하고 대학교의 의대정원 및 수업일수 부족으로 유급사태, 대형병원들의 재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반인들은 급하게 병원 갈 일이 없기를 바라고만 있을 뿐이다.
나이가 들면 몸에 변화가 생기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언니는 척추와 무릎에 문제가 있어서 정기적으로 무릎뼈주사를 맞고 있다.
오랜 운동으로 다리를 180도로 찢을 수 있는 유연함과 근육량은 높은데 척추와 무릎뼈는 많이 망가진 상태다.
운동중독증인 사람처럼 너무 많은 운동량에 늘 걱정이 되어 조금 하라고 잔소리를 했다.
"언니야, 인공관절이나 수술할 일이 있으면 빨리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나이가 더 들고 도울 수가 없으면 어떡해."
"알았다."
다니던 의원에서 2차 병원 소개를 받았다.
병원에 간다는 자체가 불안하고 걱정이다.
언니는 대담한 것 같아도 사실은 겁이 많고 청력도 약해서 함께 같다.
예약을 하지 않은 탓에 많이 기다렸고 마지막 환자였다.
선생님도 이 시간이면 많이 피곤하실 시간이다.
언니의 청력이 약해서 동행을 했다고 말씀 드리니 고개를 끄덕이며 편하게 웃어주셨다.
척추 ct사진의 각 부분의 정확한 설명과 실제 몸의 부분을 꼼꼼하게 점검 후 종합 처방을 내리셨다.
*사진으로는 엉망이어도 통증이 없는 경우
*사진으로는 정상이라도 통증이 있는 경우
*뼈가 하루 아침에 망가지는 게 아니고 서서히 망가지는 경우에는 몸이 알아서 자연 치유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신다.
근육강화 운동을 꾸준히 할 때 자연치유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언니가 그런 것 같다고 하신다.
처음 알았는 의료지식이다.
아프지 않으면 수술하지 않아도 되니 꾸준히 근력강화 운동을 하라고 하신다.
몇 가지 궁금한 것도 물어보니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보통 진료실에 가면 예, 아니오의 대답만 하는 일이 많다.
선생님도 자세한 설명 없고 며칠 후에 다시 오라는 말뿐이다.
"선생님은 정말 좋은 의사 선생님이십니다."
"오늘 자세한 설명으로 마음까지 치유가 되었어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맛있는 것 먹으려 가자."
둘이서 의논하다 가까운 곳에서 간단히 먹기로 결정.
깔끔한 분위기의 두부전문식당
별의별 순두부의 종류가 많은데 가장 얼큰한 짬뽕 순두부로 통일.
해물 듬뿍 불향 짬뽕 국물의 칼칼한 맛의 순두부, 밋밋한 두부요리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술안주로 더 어울리겠다."
수술 걱정하던 언니의 기쁨은 술로 연결되었다.
"그럴까."
소주 한 병 거뜬, 언니는 단번에 국물만 먹어버린다.
"사장님, 국물 너무 맛있는데 리필 가능한가요? 술도 한병 더 먹고."
"물론이지요."
국물 가득 갖고 오신 사장님 왈, "병원 다녀오시는 것 같은데 술은 더 드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친절하셨던 의사 선생님
돈보다 손님의 건강 걱정해 주시는 식당 사장님
이런 사람들만 있다면 세상의 갈등은 없을 것 같고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가 될 것 같다.
이런 사회라면 나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사람들을 찾아 나설 것이다.
오늘 만난 두 사람의 얘기는 최고의 안주였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언니는 일기장에, 난 티스토리에 이름 모를 이분들의 이야기를 남길 것이다.

일본 조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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