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야 아빠가 까마귀 사랑에 빠졌어."
"웬일이세요?"
"그렇지. 웬만해서는 아빠 사랑받기 힘든데, 그쟈."
아파트가 앞산과 신천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탓인지 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풍부한 먹이 때문일 거다.
까마귀와 까치가 많은데 가끔 흰색 백로가 보이기도 한다.
저녁쯤에는 하늘 높이 줄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가끔 보지만 사진에 담는 일은 드물다.
예측 없이 출몰하기도 하고 발견했을 때는 그들의 나는 속력에 비해 카메라 준비가 늦기 때문이다.
등 푸른 생선을 많이 먹어야 좋다고 하니 가능한 자주 먹으려고 한다.
맛은 좋지만 구울 때 나는 냄새는 집안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오래 머문다.
환풍기, 공기청정기, 환기를 총동원하는데 진짜 문제는 뼈를 처리하는 거다.
음식물 수거함에 넣지 못하니 말려서 일반 쓰레기에 넣어야 한다.
계절 따라 말리는데 시간이 다르고, 냄새, 불결함, 여름철엔 하루살이 번식 등 귀찮은 존재다.
까마귀 먹이로 주면 어떨까.
바로 실천에 옮겼다.
뼈 바르기 귀찮았는데 대충 살코기만 고르니 너무 쉽다.
제일 맛있다는 머리는 통째로 남겼다.
옛날에 아버지는 어두육미라는 말씀을 자주 하시며 생선은 머리 부분을 거의 다 드셨다.
옥상의 끝부분에 뼈를 놓아두었는데 몇 시간 지나 나가보니 큰 뼈만 남기고 깨끗이 먹었다.
예전에 까마귀가 가까이에서 후드덕 날 때 너무 무서워 두 팔로 머리를 감싸 안으며 몸을 낮추던 일이 몇 번 있었다.
이젠 피하던 까마귀가 너무 고맙고 귀엽기만 하다.
생선에 붙은 살이 아까워서 알뜰히 뼈를 발랐는데 이젠 조금씩 남겨둔다.
육류의 비계를 제거할 때도 살코기를 조금 붙여둔다.
남편은 더 적극적이다.
까마귀의 먹이가 될만한 게 있으면 아주 작은 것도 챙기고 저녁 식후 어두운데도 가져다 놓는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고마운 까마귀 덕분에 작은 고민이 말끔히 해결되니 유쾌, 상쾌, 통쾌!

까마귀
까칠한 모난 성격 사람들 경계하나
마음 밭 열어주며 부르는 노랫소리
귀담아들어보니 모든 게 소중하네
까마귀/아침
까르르 아이 웃음 산골의 적막 깨고
마당엔 산새 들새 흐르는 냇물 소리
귀중한 순간이여 잠시만 멈추어라
까마귀/여유
까칠한 세상인심 한 발짝 뒤로 하니
마음의 온갖 번뇌 한눈에 들어오네
귀하신 이들이여 고마움 전합니다
강원도 계방산 오토캠핑장에서(2011.5.8)
모닝커피 마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