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언니집 집들이

눈님* 2021. 12. 4. 02:07

언니는 이사를 하고 집들이를 한다고 몸과 마음이 바쁘다.

언니가 바쁘면 나도 덩달아 바빠진다.

오랫동안 식당을 하면서 힘이 들었는데 이제 편안하게 살게 되었으니 모두들 진심으로 기뻐한다.

언니들이랑 조카들이 모두 오겠다고 하니 집 정리를 마무리하고 많은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언니와 동생이야 편하니까 괜찮은데 조카들이 온다니까 더 신경이 쓰인다며 걱정이다.

집 정리는 나의 몫이다.

널려있는 물건들은 모두 보이지 않도록 깔끔하게 수납을 하고 크고 작은 화분을 사서 실내와 베란다의 분위기도 산뜻하게 꾸몄다. 

인테리어 마무리는 멋진 화분만 한 게 없다는 게 평소 생각이다.

예단으로 받은 이부자리는 오래되었지만 잘 보존되어 있어서 이참에 사용하기로 했다. 목화솜으로 만든 고운 비단 이부자리를 보니 시집올 때 생각이 난다.

침대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음식도 무얼 할까 고민을 했는데 부산에 사는 올케언니와 넷째 언니만 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재확산에 서울 둘째 언니와 형부도 연세가 많으니 위험하고, 조카들도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것보다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 

조금 서운하긴 해도 오히려 잘 됐다며 걱정을 내려놓았다.

 

우리 올케는 너무 선한 사람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은 우리 올케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좋은 사람이야 많겠지만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는 단연 최고!

언니에 대해서 말하려면 아프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끝이 없다.

80이 넘었지만 새벽 기도, 건강 관련 체험관 다니기, 산책, 여행 등으로 바쁘게 사신다.

다행이다.

그러나 허리와 관절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모두가 걱정이다. 본인도 가끔 우울해할 때가 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 생전에 하시던 말씀을 건네며 위로를 하면 모두가 웃는다.

"그렇게 아픈 건 사람을 괴롭힐 뿐이지 죽을병은 아니다."

우리 아버지는 명언을 많이 남기셨다.

침소봉대하지 않으시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긍정적이며 쉬운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다.

우리는 아버지를 추억하는 일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올케 언니 얘기를 하다가 또 아버지 얘기로 삼천포로 빠져버렸네.

 

넷째 언니가 올케 언니를 모시고 왔다.

넷째 언니는 딸들 중에 가장 활동적이고 부지런하고 노래도 잘하고 살림도 잘하고 사랑꾼이고 경우 바르고 똑 부러진다. 조카가 모시고 오지 않아도 넷째 언니랑 함께 오신다니 안심이었다.

노인 언니 둘이 백팩을 메고 소형 카트기를 하나씩 끄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너무 우스워 계속 웃었다.

아기만 귀여운 게 아니고 할머니도 귀여울 수 있구나.

올케는 고추장 담은 것, 얼갈이김치, 파김치, 집에서 콩나물이나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기구를 가져오셨다.

넷째 언니는 달콤한 송편과 꿀떡, 이문열 작가가 쓴 삼국지 책 전편을 갖고 왔다.

너무 무거워 딸이 택배로 부치자고 했다는데도 이까짓 것쯤이야 아직은 괜찮아.

고집스럽게 힘자랑을 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 살아생전 가끔 오실 때 무거운 걸 들고 오시면 화를 내면서도 푸근하던 기억을 지금은 올케 언니가 대신하고 있다.

집을 둘러본 올케 언니는 엄마처럼 기뻐하셨다.

넷째 언니도 밝고 따뜻하고 아담해서 혼자 살기에는 너무 알맞고 좋은 기운이 넘치는 집이라며 만족해했다.

저녁 식사 후 남편은 먼저 집으로 가고 우리는 살아온 이야기로 새벽을 맞이했다.

 

2019.09.13 다낭 여행 중 올케 언니와 셋째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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