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악마는 있다.

눈님* 2021. 10. 30. 23:55

악마를 보았다.

악마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고 내 주위 어디에도 상존한다.

악마는 얼굴에 "나는 악마다"라고 써서 붙여놓지 않는다.

그는 친절하다.

예의도 잘 지킨다.

웃으며 선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작은 베풂을 한다.

모두들 그런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쉽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구별하지 않는다.

인상이나 잠시 말을 해보면 70~80%는 알 수 있지만 빗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무식해서, 배가 고파서 앞뒤 생각 없이 살았지만 이제는 최소한의 교육은 받았고 배고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평소에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해관계가 얽히면 평소와는 전혀 다른 본연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때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내가 조금 양보하고 작은 손해는 감수하더라도 문제 해결을 하는 사람, 자기주장도 좋지만 남의 말도 들어주는 사람, 오해가 생겼더라도 풀렸으면 화해할 줄 아는 자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해를 주었는 사람도 처음에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왔을 때의 허탈감으로 오랜 시간 괴로웠다.

사람 좋아하던 내가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또......

 

언니 일로 오늘 또 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언니는 오랜 기간 식당을 했는데 갑작스러운 재개발로 그만두게 되었다. 

급하게 2년 계약으로 전세를 구하고 시간을 벌어 평생 살 집을 마련했다. 전세 기간이 만료되었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서 1년을 더 연장을 하게 되었다.  

집에 가구까지 들여놓고 1년을 넘게 이사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또 약속을 어긴 것이다.

전세 계약 만기일에 돈을 내어주지 못한 게 팩트인데 말꼬투리로 심하게 다투었다.

돈을 마련 못하고 약속을 어겼으면 미안해하는 게 맞는데  오히려 무리한 보일러 교체비 수도요금 정화조 요금을 요구하는 것이다. 부당한 요구는 하지 않기로 약속까지 해놓고 돈을 마련하고 나더니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계약자인 남편과 얘기를 하려고 해도 만나게 해주지도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나았다.

법원에 서류를 넣기 전 마음 약한 언니는 돈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강제 경매를 당하기 전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당장 필요한 일부라도 먼저 주면 더 기다려 주자고 했다.

그런 언니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며 행패를 부린다.

51만 원에 이성을 잃고 목숨 거는 가련한 인생을 어떻게 상대하겠나.

언니도 나도 기가 막히고 분하지만 언니 건강을 생각해서 모든 걸 주장하는 대로 해 줄 테니 준비된 돈만이라도  내어놓으라고 했다.

"언니야 우리는 살면서 절대로 남하고 문제 될 일 만들지 말자, 웬만하면 작은 손해는 보고 양보하면서 살자, 절대로 우리는 남에게 이기지 못한다."라고 오래전에 했던 말이 씨가 되었는지 또 당하고 말았다.

언젠가 남을 괴롭히고 해를 준 사람은 벌을 받을 것이다.

나쁜 짓 한 자는 잠 못 자지만 손해 보고 양보한 사람은 차라리 마음 편히 잘 수 있다는 걸로 위로 삼으며......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전세 제도.

내 집 마련의 발판을 삼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임대인의 횡포에 많은 임차인이 피해를 입는 것 같다.

법적으로 해결을 하려고 해도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니 정신적인 고통은 오롯이 임차인에게 돌아온다.

어찌 보면 위험 부담이 없는 월세가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본다.

다만 월세는 은행 이자를 기준으로 전세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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