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행동도 특성이 있는데 난 정적인 편이다.
가끔은 이런 성격 때문에 제대로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도 너무 많아 불만일 때가 있다.
나름대로 느림의 행복을 최대한 즐기기도 한다.
사위와 딸은 그들만의 소통과 휴식의 기회를 여행으로 보낸다.
바쁜 생활이지만 시간을 내어 전국의 좋은 곳을 다니며 캠핑을 즐긴다.
이번 어버이날은 특별히 아빠 엄마와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해 보는 것도 새로운 기분 전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제의를 했으면 한참을 생각해 보겠지만 우리 딸이 원하면 무조건 무조건이야~~~ 짠짠짠 짜라라라 짠짠짠!"
여러 곳이 후보지로 올랐지만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동참하는 뜻으로 평창으로 정했다.
오랜만에 장거리를 달렸다.
중앙고속도로변의 산들은 연록의 봉오리들이 탐스러운 꽃숭어리 같았다.
강원도 산골이라더니 정말로 사람이나 집은 잘 보이지 않고 끝이 없이 이어지는 산들로 경관도 좋고 청정지역이 확실한 것 같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니 미리 도착한 사위와 딸이 텐트를 치고 저녁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았다.
계방산은 해발 1573m이고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높은 산이란다.
이승복 기념관이 있는 이곳 오토 캠핑장은 해발 730m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연휴를 즐기려 텐트를 쳤고 지금도 모여들고 있었다.
캠핑족은 40세를 전후한 세대가 많고 주로 가족 단위로 온다고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잠시지만 자연을 안겨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둠이 내리니 여기 저기서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정겹다.
"몸만 오시면 돼요!"
딸은 너무나 많은 정성을 들여 먹거리를 준비해 왔다.
사위의 능숙한 요리 손놀림과 세련된 매너~둘이 너무 멋지게 어울린다.
불빛 속에 웃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한참이나 보았다.
은박지에 고구마를 싸서 모닥불에 굽는 재미, 먹는 재미로 마무리를 했다.
감기 기운이 아직 남았지만 좋은 기분이 압도해 버렸다.
전기담요를 깔고 오리털 침낭에 누우니 전혀 야외라는 느낌이 없다.
처음 누워보는 침낭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 같다는 안락함이 있었다.
우주 비행사 이소연이 생각났다.
그녀도 우주복을 입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좋은 기분을 유지한 채 잠을 설치는데 기상청의 예보대로 소나기가 쏟아졌다.
뚝뚝 후두둑~바람까지 세차게 부니 천막이 심하게 흔들리며 소리를 냈지만 전혀 걱정은 되지 않았다.
야영 장비의 성능을 믿을 수 있고 사위의 완벽한 설치 기술을 믿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에 소나기를 피하던 기억을 떠 올리며 텐트 속에서 드륵드륵 쏟아지는 소나기를 즐기는 행운을 가졌다.
어슴프레 새소리에 잠이 깨었는데 밖은 아직 어두운 것 같다.
이곳에는 유난히 까마귀가 많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갑자기 시심이 발동하여 까마귀를 운으로 세 편의 행시를 지었다.
비 내리는 아침, 천막 안에서 한가로이 차를 마시는 여유, 머무르고 싶은 순간이다.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나는 틈에 올봄에 실행하지 못한 쑥을 캤다.
완전 무공해 쑥이다.
오후에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 님의 생가를 방문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봉평의 하얀 메밀꽃밭을 사진으로 보고 너무 아름다워 꼭 와 보고 싶어 했는데 지금은 꽃이 없어 조금은 아쉽다.
넓은 들에 핀 메밀꽃을 보면서 글을 쓰던 작가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봉평장에 들려 가장 맛있다는 맛집에 들려 메밀 전, 비빔메밀묵, 물 메밀묵을 먹었는데 물 메밀묵의 맛이 참 특이했다.
경상도에서는 멸치다싯물에(김치 김 참깨 참기름 계란지단을) 고명으로 얹어 구수한 맛을 내는데 이곳에는 육수가 새콤 달콤한 맛이다.
오는 길에 오대산 해발 700m가 넘는 곳에 있는 방아다리 약수터에 들렸다.
수많은 곳에서 약수를 먹어보았지만 특별한 특징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곳 약수는 정말 신기하다.
탄산음료? 단맛이 빠진 사이다 같다고 해야 하나?
위가 약한 장인께 좋다고 적극 추천하며 물통을 사서 한통을 떠서 차에 실었다.
몸에 좋아도 맛이 없으면 잘 먹지 않는 남편을 향해 사위의 성의를 생각해서 정성껏 드셔야 된다고 약간의 압력을 넣었다.
다시 어둠이 내리고 높은 산의 기온이 내려가니 여기저기 모닥불이 피어오른다.
학과 공부에서 벗어난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세상의 걱정거리는 잠시 잊고 행복한 얼굴로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고
부부가 다정히 손을 잡고 산책을 하기도 한다.
밤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도시에서는 별이 잘 보이지를 않는데 여기는 별도 많지만 초승달의 눈썹 모양을 이어 둥근달 모양이 은은하게 보이는 게 신기하다.
부지런한 사위는 우리를 그냥 두지 않는다.
[별 탐험]을 해보자는 것이다.
옷을 두툼히 입고 전등불을 준비하고 나섰다.
1캪핑장을 지나니 캄캄하고 어두운데 이윤복 생가가 있어서 잠시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어릴 때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다 북한군에 희생을 당한 윤복이의 이야기로 얼마나 열심히 반공 교육을 받았나.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진 게 없지만 남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남한이 경제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하고 북에 대해 조금은 세련되게 비핵화 평화통일을 얘기하지만
속으로는 더 무서운 민족 분열을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하늘을 보니 캠프장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별이 보인다.
2 캠프장을 지나 완전히 불빛이 없어지고 전등을 꺼고 하늘을 보니 별 잔치가 벌어졌다.
어머나 세상에!
어디에 숨었다가 이렇게 많은 별이 나타났을까?
북두칠성을 비롯해 큰 별 작은 별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보았다.
내 별을 하나 정하고 싶었지만 욕심을 버리고 만인의 별이 되게 내버려 두었다.
윤동주 님의 별 헤는 밤이 떠오른다.
자연을 벗하고 살면 나도 작은 시인이 될 수 있을까?
"더 높고 더 깊은 곳으로 가면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어요."
사위는 입산금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산으로 올라가자고 했다.
싫어!
별이 너무 아름다워 무서움을 참고 있었지만 딸도 무서운 모양이다.
떨리는 딸의 음성에 순발력 있는 모성애가 발휘했다.
"그래, 그만 가자. 이만하면 충분해. 사위 덕에 특별한 경험을 했어. 고마워! "
"그래, 이만하면 됐다." 옆에서 남편도 거든다.
우리 부부는 딸의 말에는 무조건이다.
오늘 밤 별 탐험은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될 테고 세월이 흘러도 추억을 더듬는 노년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번 어버이 날은 활동적이고 부지런한 사위의 특별한 효도를 받았다.
조금은 불편해도 잘 적응하고 그것마저도 행복해하니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캠핑을 하자고 한다.
몸에 익숙하지 않은 일은 잘 받아들이지 않고 힘들어하던 고집을 이제는 과감히 버려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벌써부터 다음은 어느 곳에서 또 어떠한 새로운 일들이 펼쳐질까 상상하며 깊은 잠에 빠진다.
까마귀
까칠한 모난 성격 사람들 경계하나
마음 밭 열어주며 부르는 노랫소리
귀담아들어보니 모든 게 소중하네
아침
까르르 아이 웃음 산골의 적막 깨고
마당엔 산새 들새 흐르는 냇물 소리
귀중한 순간이여 잠시만 멈추어라
여유
까칠한 세상인심 한 발짝 뒤로 하니
마음의 온갖 번뇌 한눈에 들어오네
귀하신 이들이여 고마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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