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눈(eye)님아 미안해

눈님* 2023. 1. 11. 01:34
 

노안(老眼)이 왔다고 슬픈 건만은 아니다

예전에는 눈썹과 눈썹 사이 세로로 주름이 잡힌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 불만이 있어서 자주 찡그려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햇살 밝은 곳에서 거울을 봤더니 나의 미간에도 주름이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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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老眼)이 왔다고 슬픈 것만은 아니다*

 

1년 전에 썼던 글의 제목이다.

그런데 1년 후 지금은 슬프다.

연초부터 독감과 씨름하고 미루던 4차 백신 접종, 건강검진을 받는 등 정신없이 보냈다.

눈에 불빛이 비치면 눈물과 함께 아리고 눈을 뜰 수가 없는 고통에 시달렸다.

독감이 나음으로서 말끔히 나은 줄 알았는데 어디에 집중하면 또 불편하다.

생각해 보니 눈을 너무 혹사를 한 것 같다.

건강검진을 하니 좌. 우 0.5~0.6이다.

60대 초에만 해도 1.2~1.0으로 시력이 좋다고 자랑했는데 너무 오만했다.

책을 보면 몇 날 밤을 새우고 컴퓨터에 앉으면 몇 시간씩 집중하고 TV를 보기 시작하면 몇 편을 연달아 보기를 한다.

옆에서 남편이 주의를 주고 간섭을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예전부터 가장 슬픈 사람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신체 어느 곳이나 불편하면 괴롭고 슬프겠지만 유달리 눈에 마음이 더 갔다.

걸을 수 없는 사람은 성능이 우수한 휠체어나 전동차가 대신할 수 있고 들리지 않는 사람은 보청기, 수화나 글로써 표현하면 된다. 팔이나 손은 두 개가 있으니 대체할 수 있고 로봇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눈은 어느 정도야 수술과 안경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내가 좋아하는 건 모두 시력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노후의 놀이들이다.

有備無患

집을 정리하면서도 LP 판이나 음악 테이프, CD는 그대로 두고 있다.

(LP 판은 내가 진짜 좋아서 샀기 때문에 그냥 갖고 있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게 필요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있다지만 나에게는 생소할뿐더러 보이지 않으면 활용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눈님아, 미안해!

그동안 고마웠어.

세상에 태어나서 그토록 오랜 세월 함께 눈을 뜨고 잠이 들었지.

아름다운 것, 추한 것, 세상의 온갖 것들을 정확히 보고 나의 판단을 도왔지.

내 욕심만 차릴 줄 알았지 널 사랑할 줄을 몰랐어.

이젠 너를 아끼고 충분한 휴식을 주도록 노력할게.

오래 동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