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파트 뒷길

눈님* 2025. 5. 27. 00:40

꽃의 계절

눈길이 닿는 곳마다 꽃이다.

같은 꽃이라도 어떤 곳에 피어있는지 느낌은 전혀 다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바위 틈새 소담스럽게 핀 꽃을 좋아한다.

산도 좋지만 강이나 바닷가처럼 물이 배경이 되면 더 좋다.

 

아파트 뒷길

일방통행이고 장시간 주차하는 차들이 늘어서 있어서 다소 삭막한 느낌이지만 맞은편 HS고등학교 경계목인 편백의 사철 푸르름이 좋다. 

밤이면 너무 조용해서 혼자 다니기는 무섭다.

어느 날 학교 입구의 도로에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문구와 웃고 있는 경찰 이모티콘이 환히 보였다. 전봇대에 영상 설치를 한 모양이다.

경찰의 세심한 배려에 고맙고 든든하다는 생각에, '우리나라 좋은 나라!' 속으로 읊조려본다.

근래엔 인도에 새로운 포장을 해서 색깔도 예쁘고 밟는 느낌도 부드러워 뒷길이 훨씬 친근해졌다.

이 길은 오래 기억될 언니와의 행복했던 추억도 있다.

언니가 10여분 거리 떨어진 곳에 살던 때는 이 뒷길이 최단거리라 늘 이 길을 이용했다.

가끔 남편이 늦겠다고 하는 날은 언니 집에서 저녁 먹었다. 어두우면 뒷길이 무섭다며 8시 전에 가려고 하면 언니는 붙잡았다. 데려다줄 테니 더 놀자고.

늦은 밤, 아파트 뒷길 시작쯤에서 인도와 도로 경계철봉에 앉으면 뒷길은 완전히 우리 세상이다. 가끔 지나는 차의 불빛이 비추기도 하고 어쩌다 다니는 사람이 있을 때도 있지만 늘 어둡고 조용했다.

밤하늘을 보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옛날 얘기도 하고, 특별한 얘기도 아닌데 그냥 재미있었다.

밤 열두 시가 되어가면 헤어졌는데 언니가 안전하게 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던 길.

 

뒷길, 담벼락과 시멘트 바닥 틈새에 핀 노란 민들레꽃

작년에는 한그루만 홀로 피었더니 올해는 가족이 생겼다.

풀밭에선 쉽게 볼 수 있지만 이곳 돌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핀 모습이 아련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찰칵!

사진 정리를 하다 보니 내 마음에 쏙 든다.

2025.05.15

소래풀꽃

부채붓꽃(두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