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소중한 보통의 삶

눈님* 2025. 1. 2. 00:08

1월 1일, 첫날

눈을 뜨니 아무런 감정이 없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새해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작은 계획도 바람도 없는 무덤덤함에 조금 놀랐을 뿐.

어젯밤 아이들의 전화를 받았을 때도 그랬다.

항상 제야의 종이 울리면 오던  전화였는데 어제는 그전에 전화가 왔고 모두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덕담을 나눴다.

오늘 무얼 하셨냐고, 내일은 무얼 하실 거냐고 물을 때도 무덤덤했다.

"특별한 일 없이 약간의 음식을 준비했고."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그럴 것이고, 그냥 별일 없이 하루하루 보통의 삶으로 사는 게 행복인 것 같다."라고 했더니 맞다며 맞장구를 친다.

사실 보통의 삶을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무언가 늘 특별한 삶을 살아야 행복하고 잘 산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지난해는 개인적으로는 행복했던 해였다. 그렇지만 12월에는 살면서 겪지 않았으면, 보지 말았어야 할 대형 사건으로 마음이 우울했다.

어둠과 빛이 공존하듯이 화가 나고 안타까움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끼는 미담들이 줄을 잇는 것은 삶의 또 다른 위로와 기쁨이 된다.

     '하늘나라가 있다면 그리로 모셔다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티벗 님의 시에서 이 문장을 보고 진심으로 감동받고 고마웠다.

내 마음을 그대로 얹어서 전하고 싶었다.

고인이 되신 희생자분들께 이런 마음이 전달되고 유족분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빌면서 옮겨본다.

 

운동장에서 트랙을 다섯 바퀴를 걸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2~3바퀴를 걸었지 이렇게 걷기는 처음이다.

트랙 1/3의 음지는 달리고 나머지 양지는 빠르게 걸었다. 마지막엔 각종 운동기구에서 운동도 하고.

정자에는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화투놀이에  열중이고,  축구장에는 짧은 소매의 옷을 입은 젊은이들, 엄마와 아들~공차기에 겨울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보통의 일상들이 평화로워 보인다.

 

현관을 들어서니 1시간 예약을 해둔 밥이 완성되었는지 구수한 밥 내음이 난다.

어제 준비해 둔 나물에 계란 프라이만 바로 해서 물김치와 먹으니 운동을 한 후라 꿀맛이다. 

식후, 오늘은 첫날이니~~~ 뜸을 들이는 남편, 무슨 중대 얘기를 하려나?

디카페인 커피 한잔 해도 안 되겠나? 둘이서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위산이 올라오니 저녁 식후 간식, 커피 금지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경고를 어기게 됨에 망설이는 모습이 너무 선 해 보여서 외려 짠했다. 바로 포트에 물을 끓였다.

특별한 계획 없어도 첫날부터 자진해서 운동장으로 갔고 함께 달리고 걷고, 얘기를 나누는 일상이 괜찮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잊을 뻔했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때 손녀 전화를 받았다. 이런 일 처음이다.

2025년 첫 전화벨을 울려준 손녀, 물론 딸이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했을 테고 교육 차원에서도 했겠지만 고마웠다.

올해도 가족, 주위 좋은 분들 건강,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나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