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눈님의 추억과 친구

눈님* 2024. 11. 29. 21:02

첫눈!

11월에 이렇게 많이 내린 폭설은 117년 만이라고.

뉴스의 현장을 보면 완전히 설국이다.

대구는 왜 눈의 축복은 받지를 못했을까?

지금은 대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동아백화점, 맞은편 골목의 찻집 '눈 내리는 마을'

젊은 시절, 마른 꽃 걸린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바람 사이로 걸어왔어요 이른 아침에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이 한때 유행이었고 감성이 풍부하던 시절, 애창곡으로 많이 부르기도 했다.

그때의 좋은 기억으로 닉을 '눈 내리는 마을'로 정했다가 눈님으로 줄였다.

당시에는  대구도 펄펄 함박눈이 가끔 왔었다.

뽀드득 소리 들으며 걸을 수는 없지만 집을 나서보자.

 

늦은 가을의 도심을 걸어보고 싶었다.

현대백화점 앞에 내려서 반월당~동성로~중앙로를 거쳐서 롯데백화점까지 걸었다.

중앙로를 흐르는 인공수로는 정지되었고 도심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꽃언덕의 일년초들은 제 역할을 다하고 스러졌다.

가로수의 남은 잎은 부는 바람에 잎을 떨구고 떨어진 낙엽은 바람 부는 대로 나뒹굴고 있었다.

이런 스산한 날씨도 기분에 따라서는 괜찮다는 생각에 걷기를 즐겼다.

나를 많이 좋아해 주는 SB 씨 생각을 하며 걸었다. 지금 이 나이에 누가 나를 그렇게 좋아해 줄까?

 

고마운 SB 씨를 위해 무언가 마음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밖으로 많이 다니니 따뜻한 내의가 좋을 것 같다.

oooo제품 세일이라 어제도 두 곳을 들렸지만 매장이 없어졌고 오늘은 다른 곳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가는 길이다.

다양한 색상과 정밀한 사이즈,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물으려고 전화를 했더니 단번에 달려왔다. 사실을 얘기하니 진짜 고맙지만 내의는 입지 않는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완전히 다른 듯하면서도 둘이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쿨하게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해 주니 관계 발전이 가능했던 것 같다.

서둘러 오는데 가는 비가 하나씩 떨어진다. 눈이 왔으면 좋겠는데 눈도 비도 계속 올 것 같지 않다.

오늘 너무 속상했다고 털어놓는 SB 씨.

술 한 잔 하자는데~~ 흠

집에도 속상한 사람 있어서 처방과 치료를 하고 나왔는데 SB 씨도 치료를 해줘야겠다.

"그러자."

 

둘이는 편하고 부담 없이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고 좋은 이웃의 친구가 되어 곱게 나이 들어가자며 약속을 했다.

늦게나마 술을 배운 게 나의 삶을 얼마나 재미있고 마음의 여유, 위로를 주기도 받기도 할 때가 많은지 참 다행이다.

가요방에도 가자고 조른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가고 싶지도 않아서 단호히 거절했다.

늦게 동참한 챌린저 7일 차 마감날이다.

낮에 조금 적긴 했지만 마무리를 해야 한다.

서둘러 와서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