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좌절
참으로 무모한 도전을 해보았다.
모험심이 약한 게 단점 중에 하나인데 무엇에 이끌려서 용기를 내었는지 모르겠다.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격증이 있다 한들 어디에 사용할 일도 전혀 없고 일상생활에서도 별 소용이 없는 엑셀 수강이다.
아주 가끔 엉뚱한 길로 빠지는 일이 있는데 이번 일이 그런 상황인 것 같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고, 자신을 가꾸고, 모르는 분야, 컴퓨터를 들고 버스를 환승해서 친구와 함께 하는 게 좋았다.

자격증 시험 대비를 하는 강좌니 짧은 기간에 맞추어야 하는 관계로 속전속결이다.
필기는 예전 제출 문항 위주로 내용 이해보다는 암기에 초점을 맞춘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가끔 알아두면 좋은 용어나 짧은 상식을 아는 것만으로 흐뭇하다.
실기는 하나하나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런데 설명을 들을 때는 이해가 되는데 집에서 하면 전혀 감이 오지를 않는다. 몇 시간이고 연구를 해본다.
유튜브를 찾아서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니 기본 원리는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됐어, 될 것 같다.
기본학습, 함수, 차트, 분석, 빠른 속도로 진도가 나간다. 설명을 들으며 문제를 풀 때 갑자기 욕심이 생긴다. 필기는 기출 문항 위주로 무조건 답을 외우고 실기는 복습만 착실히 하면 시험에 도전도 가능할 것 같은 착각.
처음부터 자격증 취득은 전혀 생각지 않았고 두뇌운동, 재미로 해보자고 했던 것이다.

의욕과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저녁 식후 바로 배웠던 문제들을 풀려고 하니 막히는 부분이 나온다. 다양한 응용문제는 기본학습 이해와는 별개다.
해결 과정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점 하나 부호 하나 빠뜨려도 완전히 다른 세계로 가버려서 오리무중ㅠㅠ
녹음을 하던가 재빠르게 정확하게 메모를 했으면 도움이 될 텐데 메모조차 정확하게 하지 못한 게 이유인 것 같다.
너무 신경을 쓰니 꿈에도 애쓰는 게 나오니 문제다.

수업시간 진도는 빠르고 자주 질문하기도 곤란하다.
끝난 후 사정을 얘기를 했더니 선생님도 난감한 표정이다.
일단 밴드에 문제와 답을 올려놓겠다고..
저녁에 보니 또 난감.
답이 필요한 게 하니고 해결 과정이 필요한데.

선생님,
슬퍼요.ㅠㅠ
집에서 혼자 하니 잘 안돼요.
밴드에 올린 자료에 댓글을 달았다.
고심 끝에 여기서 그만두기로 마음을 접었다.

맑은 정신과 건강한 신체가 유지될 때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며 살자는 게 지금 나의 계획이다.
잠시의 시간도 소중한데 엑셀을 수강하고부터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재미는 있지만 이렇게 스트레스받으면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밴드에 들렸더니 문제 해설이 올려져 있다.
머리가 찌릿~전기가 통하는 느낌이다.

처음 동영상 3개는 찐 초보자도 따라 할 수 있게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고 나머지는 수업 중의 내용을 그대로 올려놓았는 것 같다.
저 많은 자료를 새벽까지 잠을 설치며 올리셨다니,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에 생각이 복잡해졌다.
딸 둘이를 좋은 대학교와 특목고에 보내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화장기 없는 얼굴, 남성처럼 쇼트커트 머리에 수수한 셔츠와 검은 바지, 조금은 지친, 선한 얼굴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어떤 식으로던 위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는 선생님이다.
제일 앞에 앉아서 자주 묻기도 미안하고, 모두가 어려워 쩔쩔매는데 물으면 그 사람들의 리듬도 깨질 테고, 집은 집대로 소홀해지고. 그만두는 게 모두에게 좋겠다는 생각에 단호히 결정을 했는데, 선생님의 저 정성 어쩌면 좋아.

저 자료 올린다고 새벽까지 잠 못 잤어요.
늙어졌어요.ㅠㅠ
선생님,
어떡해요.
아직은 늙었다는 표현 어울리지 않아요. 아들과 비슷한 나인데... 마음은 비단 같으세요.
좋은 엄마이기도 하지만 참 좋은 선생님입니다.
피곤하실 텐데 밤잠 설치며 해설자료를 올리셨네요.
진심, 감동입니다.
선생님을 만나고 엑셀의 다른 세상을 알면서 푹 빠졌지만 한계를 느꼈어요.
모든 일 중지하고 매달렸지만 주위에 피해만 주는 것 같았어요.
오늘도, 다 다음 주도 가정일이 있어서 빠져야 돼요.
선생님의 진심에 밤새 고민했지만 그만두는 쪽으로 결정했어요.
올린 자료는 다른 회원님들에게도 꼭 필요하고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만나서 인사드려야 되는데 이곳에 남깁니다.
좋은 사람을 만났고 앞으로 살아가는데도 마음의 길동무가 될 것이라고 믿어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선생님의 아름다운 삶을 늘 응원할게요.
이로써 짧은 나의 도전기는 실패로 끝났다.
허무한 것만은 아니다.
새벽까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던 열정이 아직도 남아 있음에 뿌듯하다.
훗날,
2024년 가을의 추억, 되새기면 무모한 열정에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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