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카타리나

눈님* 2024. 8. 2. 19:23

지구의 나이가 약 46억 년(45억 6500만 년)이라고 하면 인간 100세가 얼마나 미미한 숫자라는 걸 알게 된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우리지만 천년만년 살 것 같은 욕심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현실적으로 100년은 우리에게 엄청 긴 기간이다.

그 안에 너무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9988234라는 구호를 외치며 100세까지 살기 위한 건강 프로젝트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나 역시 외면하던 건강프로에 귀 기울이기도 하고 검색으로 알아보는 횟수가 늘었다.

너도나도 건강 지식 박사다.

나에게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이혼을 하고 다시 재혼을 한 사회에서 만난 후배(카타리나)가 있다.

친인척을 제외하고 교류하는 최연소자이다.

소원하게 지내다가 1년 전에 이혼 소식을 들었고 본격적으로 만나기는 올해부터다.

5살의 나이 차이가 있는데 모든 상황이 바뀌어버려 조금의 정리가 필요하다.

30여 년 전 10년 동안 운동을 함께 할 때는 아주 어린 동생으로 생각했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반대가 된 것 같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 나를 비교하니 날렵하고 멋진 명견 같은 느낌이다.

너무 성숙해졌다.

열심히 노력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온 흔적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도 조금의 시간도 허비하지 않고 夜大를 하고 색소폰과 하모니카, 배드민턴은 수준급, 각종 자격증을 다수 소유하고 있다. 

2녀와 늦둥이 아들까지 결혼시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니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멋진 여인이다.

 

큰일을 결정할 때 상담할 사람이 없어요.

남편이 없는 사람은 또 다른 소외감이 있어요.

성당을 나가게 되고 나름대로 갈 길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자신의 문제는 자신의 몫이더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의 내 생활이 좋다.

몸과 마음이 자유롭다.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다.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어떤 일도 강요를 받지 않는다.

어떤 일보다 티스토리에 나의 일상을 적는 게 재미있다.

이런 일상을 확대하지 않고 온전히 유지하며 살고 싶은데 마음을 바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에 약하고 어렵고 약한 사람에게 냉정하지 못한 성격 때문이다.

가끔 만나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대화를 한다.

 

재혼 후 첫 만남이다.

그녀의 대모이자 나의 절친인 jj와 함께.

재혼이지만 새로운 출발이니 달콤한 얘기를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다.

정년퇴직한 교수, 자잘하고 쫀쫀한 얘기에 웃음 폭발

사람 사는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천태만상이지만.

여자들의 만남도 비슷하다.

경험한 맛집 찾아서 식사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후식을 즐기는 것.

개인적으로 이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 너무 과한 식사값도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계산할 때 미적거리지 못하는 성격도 문제긴 하다.

요즘 유행하는 1/n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좋은 건 후배의 차가 하이브리드고 운전을 안전하게 잘하는 것이다.

 

일요일 성당 미사 때 두 사람 모두 나를 위해 기도했다며 함께 성당 가기를 원했다.

작은 소리로 노래까지 불러주며.   (잠정적 예비신자 초대하는 기간인 것 같다)

고맙긴 한데 전혀 그럴 마음이 없음을 단호히 했다.

'우리 셋 중에 누구 한 사람이 만나자고 하면 무조건 만나요.' 카타리나의 제안이다.

jj야, 우리 이러다가 코 꿰는 것 아니야!

번개팅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jj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묵묵부답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았으니 못 들은 지도 모르겠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다.

js아 우리 모두 죽고 나면 너 혼자 남을 텐데, 불쌍해서 어쩌나~ 며칠 전 둘째 언니와의 통화에서 엄마 마음으로 해주는 걱정이다.

죽는데 나이 순서 없다지만 핏줄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돌아가시고 몸이 노쇠해지니 하는 소리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카타리나, 

조금 성가시고 황금 같은 나의 시간을 빼앗아가지만 착하고 부지런하고 나를 좋아해 주고 무엇보다 젊다는 점이 좋다.

운전을 좋아하니 전국 어디던 가고 싶은 곳 가자고 한다.

꼼꼼하게 이익계산 따져보니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인 것 같다.

살면서 많은 계산을 하면서 살았지만 이런 식으로 따져보긴 처음이다.

이러다가 정말 이기적인 꼰대가 되어가면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