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기력한 날

눈님* 2024. 6. 2. 22:51

나는 내 일상이 좋다.

소소한 일이지만 소중하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일어나 물을 마시며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흐르는 게 좋다.

아래로 보면 화초들의 밤새 변화에 신기하고 기특해서 칭찬을 잊지 않는다.

꽃은 꽃대로 잎은 잎대로 특유의 향과 아름다움이 있다.

가끔 카메라에 담아서 티스토리에 이용하는 재미도 있다.

하루의 시작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는 대부분 집에서 보낸다. 

주부들의 가장 큰 일은 식사 문제다.

그러나 하루 세끼 식사는 절대 거르지 않는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건강에 신경을 쓰면서 음식을 만든다.

'당신 때문에 내가 잘 먹는다'는 말을 가끔 한다.

혼자 있을 땐 귀찮아서 대충 먹기 때문이니 이 말은 진심이고 배려의 말이다.

나이가 조금 더 들면 귀찮아질 때가 올는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괜찮다.

 

매일 주부가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지만 싫을 땐 미루어 두기도 하고 하고 싶을 땐 소나기처럼 해버린다.

식자재나 소모품은 마트에 들러서 주문하면 배달이 되고 가끔은 동네 공원이나 신천을 산책하기도 한다.

언니들이나 손 위 사람에게는 의무적으로 전화를 하고 시간이 나면 지인들에게도 가끔 한다.

손에 꼽을 만큼 스스럼없는 친구와는 불규칙적으로 편하게 만난다.

주말 외에는 매일 오는 아들 전화, 가끔 오는 딸의 전화에 '오늘의 특별 보너스!' 소리쳐준다.

수없이 오는 카톡이나 문자는 관심 갖지 않는다.

노안이 온 뒤로는 눈 보호에 신경을 쓴다.

독서보다는 유튜브, TV는 좋은 프로가 있으면 틀어놓고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한다.

폰보다 컴퓨터가 익숙하고 가장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취미생활이다.

남기고 싶은 일상을 적는 게 개인적으로 뜻있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소수의 티벗님도 있다.

가끔은 시간적으로 부담이 있는데 이럴 땐 쉬어가면 된다.

'할머니 집은 자연적이네요.'

'할머니 방은 여왕폐하 방 같아요'

어린 손녀의 눈에 비친 할머니 집에 대한 표현을 보면 집순이 생활을 즐기는 게 취향에 맞다.

소소한 이런 일들로 평화로운 일상이 행복이라 생각하며 산다.

 

이런 느긋한 나의 삶에 조금의 균열이 생겼다.

거절하지 못하고 얽히는 인간관계와 불편한 동행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대한 이질감, 거부를 거부하는데 대한 거부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형부, 언니들의 건강 문제, 친한 친구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상담과 위로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해결할 수 없는 그들의 고민이 머릿속을 계속 헤집고 다닌다.

익숙하지도 않고 그다지 즐겁지도 않은 바쁜 일탈에 일상이 무너지고 무기력해진다.

선별적인 적응을 빨리 하던지 탈출을 하던지 선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