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품
매트에서 짐볼과 고무밴드, 아령을 이용한 운동은 저녁 일과다.
TV를 켜둔 체 땀이 배도록 하고 있는데 전화음이 울린다.
늦은 시간에 웬 전화?
가끔 수면 장애가 있어서 수면제 복용을 한다는 JJ다.
"왜, 또 잠이 오지 않아?"
잠깐 내려오란다.
JJ의 대녀이자 나의 오랜 손아래 친구인 카타리나가 함께 차에 타고 있다.
그녀는 매사에 부지런하고 음식 솜씨도 좋아서 만든 음식을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한다.
쑥찹쌀 옹심이를 만들었는데 바로 냉동고에 얼려야 되기 때문에 늦어도 왔다는 것이다.
쑥떡은 내일 가져오겠단다.
미역국, 북엇국, 라면~~ 어울리는 음식까지 일러주는 친절함이 있다.
미역국보다 북엇국에 넣어야 색깔 배합이 예쁘다는 깨알 같은 팁도 가르쳐준다.
눈은 피곤해 보이는데 웃음을 잃지 않는 그런 성격이 애잔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손이 크다는 말을 많이 한다.
예부터 맏며느리들은 대부분 손이 크서 음식을 많이 했다.
대가족이 모여 살았고 명절이나 제사에 모이는 사람이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렸을 땐 맏며느리가 되고 싶었다.
맏며느리감이라는 소리는 후덕하고 음전하다는 칭찬의 뜻이 담겼었다.
지금 생각하면 맏며느리가 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다른 건 몰라도 맏며느리의 덕목 중에 하나인 손이 크지 않다는 거다.
손도 크지 않지만 만든 음식을 나누어 주는 것도 인색하다.
늘 소량의 음식을 만드는데 익숙해서 많은 양을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소고기 육개장과 미역국 정도다.
가끔 특별한 음식을 자신 있게 만들었을 때 나누고 싶어도 망설이다 그만두게 된다.
혹여 입에 맞지 않으면 먹기도 버리기도 못하는 처치곤란.
받았을 때 부담을 가지면 오히려 미안할 것 같고.
나의 경험이고 이럴 땐 진짜 소심해진다.
쑥찹쌀 옹심이는 바로 냉동실로, 다음 날 가지고 온 쑥떡도 일부는 먹기 좋도록 손질해서 냉동실 보간.
깨끗한 쑥을 보통보다 더 곱게 갈아서 부드럽고 쫄깃한 맛은 지금껏 먹은 쑥떡과는 차원이 다르다.
꿀이나 참기름에 찍어먹으면 풍미가 더하기에 꿀에 버물었더니 쑥꿀맛이다.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