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참 좋은 내 친구야!

눈님* 2024. 5. 11. 13:24

0S아,

참 좋은 내 친구야!

너에게 편지를 쓴 날이 수십 년은 넘은 것 같네.

둘이의 추억은 밤을 새워 나누어도 모자랄 거야.

질풍노도의 철없던 시절, 순수의 시절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며 조잘거리며 웃고 말없이 걸었어도 마음은 서로를 알던 너와 나였지.

이제 칠순을 훌쩍 넘은 나이가 되어버렸네.

맑은 정신과 움직일 수 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자고 하지만 쉽지는 않아.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가 너와 실컷 옛 이야기 하는 것이야.

그럴 날이 있을까, 가끔 생각해.

 

편지를 쓰다가 갑자기 생각났어.

'엄마, 나리 아줌마 만나면 말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라고 엄마 걱정하던 민정이.

나만 만나고 오면 머리 아프다고 했으니.ㅎㅎ

내가 서울 가면 둘이서 만나 막차 시간이 되도록 숨 가쁘게 얘기를 했지.

나는 꾸벅꾸벅 졸고.

지금은 그런 열정이 식어버렸지만 좋은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

 

넌 항상 친절하고 마음이 넉넉했어.

지금은 일주일에 세 번이나 투석을 받으면서도 잘 이겨내고 있어서 고마워.

네가 착하고 긍정적인 좋은 생각만 하는 게 더 악화되지 않는 이유이고 명약이라는

말밖에 해 줄 수가 없어서 안타까워.

조금은 불편해도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좋겠어.

우리 하루하루의 일상에 감사하면서 살자.

 

노란 민들레 꽃말

행복과 감사하는 마음

 

민들레 홀씨의 꽃말; 이별

 

 

 

5월 11일

서울대공원 장미축제를 친구들과 함께 즐기려는 설렘에 들떠있었다.

늘 짝꿍이었던 친구에게 살짝 전해주려고 손편지도 썼다.

딸과 둘이서만 특별한 시간을 가지려는 계획도 세웠다.

손녀와 파티 약속도 있다.

그런데 딸이 처리해야 할 일이 갑자기 생겼고 손녀는 자기가 할머니랑 놀아주면 된다는 예쁜 말을 한다.

고민 중인데 토, 일 비소식까지 있다.

비가 오면 너무 고생이라며 다음에 보자는 친구, 그래도 봐야지~~

머리 아프다.

기차 예약 취소를 해버렸다.

고민은 없어졌지만 멍해진다.

준비 중이던 옷과 자잘한 물건들이 방 한편에 널브러져 있다.

 

잘했어.

여행이나 사람을 만나는 일에는 가볍고 즐거운 마음이어야 해.

다음 기회를 만들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