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
느닷없이 찾아온 우울함~~
한동안 너무 고조된 기분으로 살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특별한 일도 아닌, 일상적인 일들인데 뭘 그리 방방 뛰며 살았을까?
내 기분에 도취되어 혹여 남에게 위로를 한답시고 너무 쉽게 조언을 하거나 불필요한 참견은 하지 않았는지?
정작 스스로는 빠르게 헤어 나오지 못하고 며칠째 무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난 아프면 아파서 죽는 게 아니고 굶어서 죽을 것 같다'라는 말을 가끔 한다.
아파서 못 먹는 아내에게 보름달 빵과 서울 우유를 먹으라며 사 오는 남편
46~7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크게 변한 게 없다.
몇 년 전에는 밤새도록 화장실 드나들며 구토를 해도 모르고 잠만 자는 남편.
화장실에서 혼자 쓰러져 죽어도 모를 것 같다.
평소와 조금이라도 다른 소리나 기척이 있으면 무조건 달려와봐야 된다고 일러주었다.
며칠 전 접시와 컵을 무리하게 들고 가다가 접시를 놓쳤는데 발등을 찍고 바닥에 떨어졌다.
너무 아파서 눈에 불이 번쩍, 진통이 있었지만 대리석 바닥에서 구르는 접시가 깨질까 봐 노심초사.
깨지지 않는 접시의 견고함에 놀람은 잠시.
베란다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조금 전에 소리 못 들었냐고 물었더니 젓가락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것 같더라나.
간단하게 일어났던 얘기를 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발등은 아프고 음식은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이렇게 무관심과 감정이 메마른 사람과 지금껏 어떻게 살았는지, 정말 화가 난다.
발은 괜찮은지, 앞으로는 조심하라든지, 무슨 말이 있어야 되지를 않나.
"우리는 한집에 둘이 살아도 누가 죽어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시간을 쪼개며 하루를 바쁘지만 즐겁게 보냈는데.
친구를 만나도, 모임에 나가도 말하기가 싫다.
(부부 싸움 후 아내가 남편에게 1시간 후에 들어오라 한다고 한 시간 후에 들어가면 그때는 진짜 혼난다. 지금 바로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해라.)
TV에 흘러나오는 출연자가 둔한 친구에게 하는 조언이 진짜 공감이 간다.
남편과 아내의 다른 언어와 생각, 평생 극복하지 못할 것 같다.
베란다에 피어나는 화초와 대화하며 스스로 마음을 달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고목의 허브 장미에 핀 꽃
꽃이 피는 줄은 전혀 몰랐다.
아파트 입구에 핀 개나리
예쁜 노란색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예감
회색빛 하늘에 해님이 내 맘과 흡사한 것 같아서 찰칵
시커먼, 이상한 구름기둥은 눈치 제로, 분위기 꽝인 밉상이 남편
이렇게라도 흉을 보니 오랜만에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