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꿈 해몽과 카톡

눈님* 2024. 3. 4. 21:39

잠에서 깼다.

늦잠이다.

꿈도 잠이 깸과 동시에 사라졌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다.

집안은 적막하다.

둘이 살지만 한 사람이 없으면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나가서 곳곳을 둘러보니 역시 아무도 없다.

외곽에서의 점심 약속이라더니 일찍 나섰나 보다.

양치만 하고 다시 침대로 왔다.

이런 기회는 잘 없으니 그냥 즐기자.

 

잘 보지 않는 카톡에 수십 개의 보지 않은 빨간 숫자가 적혀있다. 알게 모르게 새어나간 번호 유출로 보낸 광고가 많다. 등록된 이름, 모임 등 다양하지만 직접 쓴 글이 아니면 무시해 버린다.

느긋한 마음에 카톡을 보니 친구 1은 만나자는 카톡에 답이 없으니 다음 주에 보자는 연속 카톡.

모 정치인을 심하게 조롱해 놓고 4일 내 7곳에 보내지 않으면 3년간 재수가 없다 

모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저주.

읽어보면 좋은 내용의 글도 많다. 그러나 너무 어처구니없는 악의에 찬 글을 보면 그런 글을 작성하는 사람은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는 생각 없이 마구 퍼 날으라며 아무에게나 카톡 보내는 사람들의 인격을 의심하게 되고 거리감이 생긴다.

친구 1에게는 미안함을 전했다.

다른 1인은 연세가 많고 늦게 배운 카톡에 신이 나서 보냈을 수도 있겠다고 이해를 한다.  그래도 3년간 재수가 없다는 말은 무지 기분 상한다. 당분간 안부 전화도 하지 않아야지, 소심한 복수심으로 상쇄.

또 다른 1인은 정말 아껴주고 싶은 친구다. 예쁘고 재능 많고 똑똑하고 가족에 헌신적이다. 거기에 종교인이다.

유튜브에 나오는 지식이나 상식, 좋은 내용의 글이나 그림, 시, 요리 등 다양하게 올리는 사이사이에 꼭 정치 기사를 올린다.

바쁠 텐데 이런 시간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끊임없다.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뜻이 다른 여러 사람과 토론도 할 수 있고 비난이 아닌 비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방적이고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와 불쾌한 막장 언어로 sns를 이용하는 건 누구를 막론하고 싫다.

 

잠자는 시간 외에 침대에 머무는 일은 아플 때 외에는 없다.

느긋하게 즐겨 보내려다가 카톡으로 기분은 완전 다운.

꿈 생각으로 마음을 돌렸다.

몸에서 떼어낸 아이보리 색의 묽은 덩어리, 작은 알갱이도 함께 섞여 있었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하지만 너덜너덜해서 겉 부분은 전부 떼어내었다. 속은 같은 재질로 계란 모양의 매끈한 덩어리가 나왔다. 그냥 둘까 말까 망설이다가 손으로 힘을 조금 가하니 사방으로 무너져 없어져 버리며 꿈과 잠에서 깨어났다.

혹시 몸에 암덩어리가?

왼쪽 다리가 완전히 나았다는 건가?

그냥 개꿈?

이도 저도 아니면 카톡을 예언한 걸까?

좋다.

꿈과 카톡으로 연결하는 게 낫겠다.

앞으로는 카톡을 보지 않을 것이고 만약에 보아도 의연해지자는 결론을 내렸다.

향긋한 냉잇국으로 아점을 먹을 생각을 하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202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