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종' 이야기

눈님* 2024. 2. 1. 00:37
 

아~~~~

"아이 깜짝이야!"

"한 번 더 해볼까요?"

"됐다, 됐어."

목소리가 이렇게 컸나?

목청이 확 트였다.

고함을 지르다 삐익~~음이탈이 된 경험이 있어 목소리가 작은 줄 알았다. 

그런데 큰소리로 몇 번 고함을 지르고 나니 목소리가 엄청 크다.

지금껏 큰소리를 내지 않고 살아도 되는 삶이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자.

 

딸랑딸랑 딸랑~~~~

네~~

주로 식사 시간에 아이들을 부르는 종소리다.

2층과 인터폰이 연결되어 있지만 종소리로 소통하는 걸 좋아했다.

가끔 목소리를 높여 이름을 부를 때도 있었지만 지금껏 예쁜 기억으로 남는 건 역시 종소리다.

딸이 남편에게 어릴 때 엄마가 이 종소리로 우리를 부르면 우리는 1층으로 내려왔다는 얘기를 들려주니,

사위 헉!!

남자 3형제로 자랐으니 무슨 괴기스러운 상황으로 생각했는 것 같다.

이 종도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겼으니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다.

원래는 '장미종'과 '신혼부부종'이 있었다.

손녀가 아기일 때 흔들며 갖고 싶어 해서 하나는 주고 남은 게 '장미종'이다.

우연한 기회에 서문시장에서 작은 종을 발견하고 구입했는데 둘이는 친구가 되었다.

아주 작지만 소리가 얼마나 청아한지 흔들면 기분이 맑아지는 것 같다.

 
요즘은 의도치 않게 소리를 높일 때가 있다.

주위에 연세가 많은 분들이 많다 보니 청력이 약해져서 작은 소리로 말을 하면 알아듣지를 못하시는 것 같다.

다시 물을 때도 있지만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경우도 있는데 처음엔 몰랐지만 지금은 눈치껏 다시 말을 하거나 아예 큰소리로 말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목소리가 커져서 몰상식해 보인다고 하더니만 이런 연유가 있었네.

소곤소곤 거리던 때, 종을 흔들며 동화처럼 살던 때도 좋았지만 씩씩하고 힘찬 지금의 목소리도 괜찮은 것 같다.

자기애(自己愛)가 너무 강한 것 아닌가, 에구 모르겠다.ㅎ

그래도 세월은 우리의 모든 기능을 저하시키는 밉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