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찔레꽃 노래의 추억
엄마!
내일 아침마당 챙겨보세요.
배우 ㅇㅇㅇ씨가 나와서 엄마가 좋아하는 '찔레꽃'노래를 부를 거예요.
주말에 부부가 일본 다녀온다며 공항에서 걸려온 전화다.
혼자 자꾸 웃는다.
오래전의 엄마 애창곡을 어떻게 알았을까?
기억하는 것도, 챙겨주는 것도 너무 흐뭇하다.
연주곡이나 클래식은 조용히 감상하기에 좋다.
가곡은 마음과 몸을 가다듬고 불러야 원하는 소리가 나온다.
구성진 가요는 일할 때 흥얼거리면 잘 어울린다.
노래를 부르면서 일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이처럼 재미있다.
명절이나 제사 때 큰댁에서 음식을 할 때도 습관처럼 흥얼거리는데 형님은 너무 좋아하신다.
대체로 며느리들은 골이 나거나 마지못해서 일을 하는데 ㅇㅇ 엄마는 즐겁게 일을 해서 고맙고 예쁘다고.
어찌 보면 나는 노동요(勞動謠)로 가요를 부르는 것 같다.
딸과 함께 살 때 신기한 일이 가끔 있었다.
눈짓이나 무언의 약속도 없었는데 어떤 가요의 한 소절을 동시에 부르는 일이 일어난다.
처음엔 너무 신기했는데 몇 번 그런 일이 반복되고부터는 마주 보고 웃기만 한다.
~그리움 달랠 길 없어 나는 걸었네~~
'공항의 이별' 끝소 절이다.
딸의 나이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노랫말인데도 자연스럽다.
평소에 내가 얼마나 많이 흥얼거렸는지를 알만하다.
찔레꽃 노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았는 것 같다.
오빠는 이수일과 심순애 노래를 구성지게 잘하셨는데 연극배우처럼 대사도 진한 감동이 전해졌다. 언니들도 대체로 노래를 잘 불렀는데 셋째, 넷째 언니는 진짜 잘 불렀다. 거기에 제일 큰 형부는 육자배기, 노랫가락, 판소리 등 국악 외에도 다양한 노래를 너무 잘하셨고 흥도 넘치는 멋진 대장부셨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가족 속에서 자랐으니 자연스럽게 옛 노래를 많이 익혔을게다.
결혼 후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때 아이들과 친정에 가면 노래 부르는 기회가 많았다.
남편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눈치를 봤지만 형부들이랑 언니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 ㅇㅇ 이는 찔레꽃을 제일 잘 부른다며 손뼉 치며 부추기곤 했다.
못 이기는 척 부른 횟수가 꽤 된다.
아들은 이때의 기억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어쩌다 노래 부를 기회가 있으면 남편이 먼저 불러보라고 부추기지만 난 부르지 않는다.)
종일 시도 때도 없이 아들을 생각하면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토끼(훈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