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대화는 힘들어/폭설
만세!
한 달여 동안 속을 썩이던 욕실 누수를 해결했다.
5년 전 H사를 통해서 새로 시공했는데 벌써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냐?
불쾌했지만 당장 여간 고민이 아니다.
벽면이 타일이 아니고 패널로 시공을 했기 때문에 전면을 뜯지 않으면 누수 부분을 찾기 어렵다.
12월은 미루었던 일이나 꼭 만나야 할 사람들과 약속을 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걱정만 하고 방치해 두었다.
H사 서비스센터 전화번호는 없고 지도와 주소만 나온다.(불만)
검색으로 알아내어서 전화를 하니 안내가 너무 복잡해서 잘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몇 번의 숫자를 입력하니 안내원이 나왔는데 사람이 아닌 것 같다.
AI와 한번 부딪쳐 보자.
AI의 문자 물음에 정확하게 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천천히 해도 될 일인데 마음이 급하고 똑똑하게 설명도 어렵고.
욱하는 성질 또 나려고 한다.
"간단한 서비스 신청인데 이렇게 복잡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든 사람들 이렇게 복잡해서 아무것도 못해서 정말 나쁜 말이 나오려고 한다."라고 보냈더니 놀랍게도 바로 답이 왔다.
지금까지 내가 보냈던 내용을 요점 정리를 해서 보내왔는데 눈 깜빡할 사이의 시간이다.
참 똑똑하다.
내용이 맞으면 서비스 신청을 할까요?
자세한 건 알림톡으로 알려준다고 한다.
상상 속의 세상은 이미 생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적응을 위해서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서비스 기사분과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설명을 해드렸더니 친절하고 상세하게 상담해 주셨다.
출장비는 수리와 상관없이 50.000원~ H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니면 아파트 수도관 자체가 문제인지.
출장 와서도 벽면 철거까지는 H사에서 해주는데 비용은 본인 부담
의논 끝에 아파트 관리실에 먼저 점검받고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내가 원하던 100% 만점 상담이다.
방치해 두었던 물기가 혹여 밤새 아랫집으로 스미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헌 타올로 물기를 제거해 주고, 세면기와 샤워부스 아래에 타월을 놓았는데 천천히 물 떨어지는 소리가 톡 톡 났다. 세면기 아래 수건에 물이 적셨다.
건습 바닥 재질이 물이 떨어지는 순간 흡수해 버려서 소리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어휴, 한숨 돌렸다.
벽 부분이 아니라서 다행이고 돌출된 세면기라면~~ 위치를 알았으니 고치는 건 시간문제.
목을 굽혀 들여다보니 조임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저런 부분에 누수가 생기면 굵은 실로 메꾸기도 한 것 같다.
관리실에 연락했더니 바로 기사분이 오셔서 고쳐주셨다.
소비는 부추기고 서비스는 뒷전.
서비스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공급자 위주로 바뀌어가고 있다.
알고 보면 쉬운 것도 모를 때는 두렵고 어렵다.
AI가 인류와 공존하는 사회가 머잖아 올 테고 벌써 일상의 곳곳에 사람 대신 그들이 하는 일이 많아졌다.
인류를 노동에서 해방 시켜주겠다는 의도와는 별개로 노동력 문제도 대 혼란이 오겠지만 또 다른 두려움도 많다.
나중 일은 모르겠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 당장 일상에서 부딪히는 일에 적응하려니 숨 가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