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발 씻었어!
말복이 지나고 8월 중순이 지났지만 폭염은 계속되고 있다.
밤에 잠을 설치기는 누구나 매한가지다.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어르신에 따라 적정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습도는 조금 낮아지니 같은 온도라도 불쾌지수도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인 안정감은 있는 것 같다.
터덕터덕~
파킨슨을 앓는 B00 어르신의 걸음은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알 수 있다. 더구나 조용한 밤에는 더욱 뚜렷하다.
요즘 들어 부쩍 움직임이 무뎌지고 손가락이 굳어져 화장실 문을 여는데 힘들어하신다.
안전손잡이가 연결되지 않는 곳에는 부축을 하고 화장실 문을 열어드리는 일이 새로 생겼다.
물을 많이 드시는 탓도 있지만 밤중에 특히 화장실을 자주 가신다.
아침에 새 손수건을 갈아드리는데 " 화장실 다니느라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 돈을 줄 테니 조그만 플라스틱 그릇을 하나 마련해 달라."라고 하신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젯밤에도 다섯 번을 드나드셨다.
쉬는 날 많은 생각을 했다.
요양원 일이 단순한 것 같지만 잘하려면 여간 신경을 써야 되지를 않는다.
나름대로 머리를 쓰고 연구를 하지만 아직은 어떻게 하는 게 어르신을 위하는 일인지 100%로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
어르신의 고충을 생각하면 실내 변기를 드리고 싶지만 중증도 아니고 실내 환기나 다른 어르신과의 문제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오후에는 어르신의 사물함을 정리했다.
부탁을 들어드리지 못함에 대한 죄송함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가을에 입을 옷과 지금 입을 옷, 상의와 하의, 속옷과 양말, 소품 등을 제자리에 놓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어르신 하얀 옷에 국물 자국이 있네요. 옷을 갈아입어요. 흰 옷은 깨끗한 멋에 입는 거잖아요."
"내일 목욕인데 뭘~"
"그래도 갈아입어요. "
"그래."
"어르신~소변기를 생각해 보았는데 귀찮아도 움직이셔야 운동이 될 것 같아요.
매일 옷을 배려도 괜찮고 시트를 배려도 갈면 되니까 불안해하시지 말고 천천히 일어나시고 움직여도 괜찮아요."
밤에 잠을 못 이루시는 것은 옷이나 침대가 젖을까 주위를 더럽힐까 염려 때문인 것을 나는 안다.
며칠 뒤 바쁘게 움직이는데 치마를 잡는다.
"왜 그러세요?"
"나 발 씻었어."
"어유 그러셨어요. 스스로 너무 잘하시네요, 참 잘하셨어요.^^"
껴안고 토닥여드렸다.
씻는 걸 싫어하시는 어르신이 크게 선심을 쓰셨다.
오전에 거실의 소파 커버를 새로 교체를 했는데 누우려니 혹시나 때 묻을까 봐 배려해주시는 마음이다.
내가 요양원에서 신이 나서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2013.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