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맞추기
"H 씨는 우리 요양원의 기쁨조다."
보호사들이 너무 힘들어할 때 가끔 초치는 소리를 할 때가 있다.
나 역시 H씨가 愛物 단지나 哀物 단지일 때가 있고 애(呃) 물 단지일 때도 있다.
처음 보호사 일을 시작했을 때는 그를 경계했다.
큰 체구에 째려보는 눈빛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
끝없는 요구에 초보 요양보호사의 대처는 너무나 미흡했다.
일단은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욕구를 충족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끔은 그의 입에서 욕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희한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욕이라 당황도 하고 화가 치밀기도 했다.
하루는 밤늦은 시간 심하게 벨을 눌러서 서둘러 갔더니 또 요구를 한다.
"사 0 0 "
'사'자로 시작되는 세 글자가 도무지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사랑해?"
"아어어어~" 찡그리고 팔을 휘저으며 아니라고 난리다.
하다못해 종이와 연필을 주었더니 "사탕 줘."였다.
눈물이 쏙 나도록 웃고 또 웃고 다음 날 다른 직원들에게 얘기를 했더니 모두 폭소가 터졌다.
그 후로 가끔 "정 선생님 H 씨하고 잘 통하잖아" 하면서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고충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소통이 되었고 이제는 H 씨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으니 시간은 나의 편이었다.
늘 식탐이 많아 큰 체격에 비만일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는 식욕이 떨어져 걱정이다.
서툴러도 한 손으로 식사를 하게 하는데 이제는 먹여주지 않으면 입을 꽉 다물고 있다.
덥지 않도록 환경에 신경을 쓰고 죽을 대체 하니 조금씩 식사를 한다.
그래도 가능하면 양을 줄이더라도 밥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이다.
가지나물 버섯무침 계란찜 오이생채 가루 김에 특별히 김치를 다져 넣은 비빔밥과 된장국이 저녁 식단이다.
"H씨! 비빔밥에 좋아하는 김치를 넣었네요."
그래도 시큰둥하다.
고개가 마비된 쪽으로 기운다.
바로 세우니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기운다.
숟가락을 기우는 쪽으로 각도를 맞춰 겨우 넣어주면 주르르 반은 흘러내린다.
한 손으로 머리를 고정시키고 반복을 하려니 팔에 힘이 없어지고 쥐가 나려고 한다.
욱하고 치민다.
두상이 크고 목에 힘이 없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한 템포 늦추자.
심호흡을 한다.
몸을 굽혀 내 머리의 방향을 H씨의 기운 방향으로 기울였다.
두 머리가 평행선을 이룬다.
"이렇게 하니 H씨 얼굴이 바로 보이네. 어~숟가락도 바르게 들어가는 것 같네요."
음식은 주르르 흘러내린다.
기우는 쪽으로 반복을 하다 보니 웃음이 나왔고 내 얼굴만 보고 있던 H씨도 밝아졌다.
"H씨 '밥 많이 줘! 국 많이 줘! 고기 많이 줘!' 하던 말 잊어버렸어요?
새벽 04시 30분쯤 부르는 소리에 갔더니
"아줌마 밥 많이 줘."
"지금 한 밤중인데......"
반쯤 감긴 눈에 볼멘소리를 냈지만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가.
"알았어요, 조금 더 자면 아침에 김치 넣어서 많이 줄게요~~" ^^
눈높이 맞추기
눈치 볼 사람 있어 아직은 작은 소녀
높이 뜬 예쁜 풍선 손끝에 닿지 않네
이따금 그려보는 꿈속의 유체이탈
맞추기 힘든 퍼즐 끈기와 정성으로
추키고 을러대도 미간도 않는 너를
기대는 잠시 접고 사랑만 나누련다
201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