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의 길

어르신 저 왔어요~~

눈님* 2023. 7. 28. 15:43

수채화 곱게 물든 만산의 진달래꽃

햇살 가득 먹은 빨강 노랑 분홍 색색의 봄꽃들이 요양원 정원에 가득하다.

앙상하던 가지에 물이 오르는가 싶더니 금세 꽃잎을 피워내는 자연의 경이로움, 우리 인간들의 염원이 아닐까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움츠렸던 어르신들의 기나긴 겨울나기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바람이 없는 화창한 날 봄맞이를 시켜드려야겠다.

그런데 유채꽃이 화사한 테라스의 한쪽 긴 의자에 옥출어르신이 간호 선생님을 가슴에 안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는 모습이 창 너머로 보인다.

인자스러운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이 어르신은 파킨슨 병을 앓고 계시는데 이동이 둔하고 자유스럽지 못하다.

살이 찌고 굳어져 단단해서 화장실 이용하기도 불편하고 의복교체도 너무 힘이 든다.

배변 실수가 많아 기저귀를 착용하지만 꼭 화장실을 가신다.

그때를 이용해서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야 하는데 도저히 발을 떼지를 않는다.

5분이고 10분이 걸려도 본인이 발을 들어야 하는데 바닥에 딱 붙인 발을 보호사가 떼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시간에 쫒겨 억지로 옷을 벗기려 하면 주먹을 날려 손과 팔에 멍이 들기도 한다.

최후 수단으로 샤워기로 바지에 물을 뿌려 젖게 하면 "왜 이래?" 하시며 발을 들어주신다.

이렇게 힘들었던 기억이 남았던 어르신이 간호사의 등을 두드리는 모습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연유를 알아봤더니 잔잔한 감동이 봄 아지랑이처럼 가슴 한 곳에 피어오른다.

몸이 불편하셔서 병원에 모셔갔는데 오는 길에 힘에 지쳐 쓰러지려 해서 간호사가 업고 왔다는 것이다.

꼼짝도 않는 비만인 어르신을 업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힘이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신이 없는 것 같아도 어르신은 은혜를 잊지 않고 계시는구나

 

개인적인 일로 4개월간의 보호사 일을 잠시 중단했다가 새로 요양원 일을 하게 된 이른 봄

봄꽃들의 화려한 외출만큼 나의 요양원 출근도 설렘과 기쁨으로 얼굴은 봄꽃이 활짝 폈다.

버스를 타면 3번을 갈아타야 하는 코스지만 승용차로 앞산 순환도로를 이용하면 15분이면 충분하다.

집에 있을 때는 세수도 않고 TV 채널만 돌리고 있을 시간에 연둣빛의 새싹들이 조잘대는 가로수를 보면 눈이 즐겁고 긴긴 영산홍 꽃길 따라 달리면 봄노래가 절로 나온다.

눈감아도 그릴 수 있고 구석구석 손길이 닿아 익숙했던 곳, 나의 마음과 정성을 눈으로 표정으로 받아주시던 어르신들이 계신 곳에 다시 온 것이다.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어르신들의 표정이 금방 눈부터 입으로 변화되는 표정에서 아! 역시 이곳에 오기를 잘했어

어르신 저 왔어요. 안녕하세요. 금세 목소리는 한옥타브 올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