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반쪽이 되었어요
덥다.
너무 덥다.
방송에서는 매일 폭염 경보가 나오고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고 떠들어 댄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젖었던 몸과 마음을 식히는데
띵똥!
BSH 어르신 할머니가 오셨다.
현관 문을 여는 순간 땀 냄새가 왈칵 코로 느켜진다.
얼마 남지를 않은 곱술파마 머리가 땀에 젖어 더욱 적어보인다.
15도 쯤 굽은 등에서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음을 보여준다.
그래도 늘 잃지 않는 환한 웃음이 보기가 좋다.
할아버지의 연세가 83세
할머니가 75세
부모님께서는 나이 차이가 많으면 남편사랑 많이 받는다고 보낸 시집이란다.
사랑을 받기보다 늘 주면서 사신 것 같다.
원호대상자인 할아버지는 평생 가족을 위해 돈 한 번 벌어 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치매가 와서 혼자 집에 계실 수 없어서 이곳으로 모셔왔다.
할머니는 평생을 궂은 일 마다하지 않으시고 남편 모시고 자식 공부시켜 모두 출가시켰다고 한다.
지금도 손수 벌어 할아버지 요양원 자비부담도 하시고 생활하신다고 한다.
처음 이곳에 할아버지를 모셔다 놓고 돌아가실 때 반짝이던 눈물을 나는 오래토록 기억 할 것이다.
한동안 제 때에 식사를 챙겨드리지 못했드니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며 안타까워하셨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모습은 깨끗하고 맑고 편안해 보였다.
오히려 할머니의 얼굴이 반쪽인 걸 보면 티 나지 않게 많은 희생을 하셨는 것 같다.
며칠 뒤에 다시 찾아오셨을 때에는 너무 기뻐하셨다.
"여기가 좋은가봐요. 얼굴이 활짝 피었네요."
과일을 한 봉지 갖고 오셨다.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다음부터는 절대 갖고 오시지 마세요. 만약에 갖고 오시면 문을 열어드리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또, 또~~
자꾸 이러시면 할아버지께 잘못 해 드릴거라고 으름장을 놓아도 소용이 없다.
"할머니!
여기는 먹을 것이 많아요.
일 하시다 더울 때 시원한 것 사서 드시고 음식도 영양가 있는 걸 잘 잡수셔야 해요."
"선생님!
먹을 것 다 먹으니 걱정마세요.
여기에 모셔놓으니 일을 해도 안심이 되고 이렇게 잘 보살펴 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더."
오늘도 까만 비니루 봉지에 무엇을 갖고 오셨다.
"토마토가 몸에 좋으니 우유에 갈아서 선생님들 꼭 드세요."
유산균이나 베지밀은 할아버지를 드리는데 잡숫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
바로 천사다.
가슴이 뜨끔하고 눈물이 핑 돈다.
남편이 평생 가정을 위해 돈을 벌었어도 정년 퇴직하고 집에 있게 되면 귀찮아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가정이 해체되고 미래가 불투명하고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
너무 편안하고 아름다운 노부부의 모습이 바로 명화다.
그냥 옆에서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해진다.
사는 게 어렵고 힘든 사람
마음이 텅 비어 늘 부족함을 느끼 사람
사랑에 목 말라 하는 사람등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다.
박순이 할머니/순정의 꽃
눈님
박꽃 핀 은은한 밤 어둠은 깜빡깜빡
순박한 할머니의 온화한 황금의 눈
이루지 못한 동거 꿈 꾸는 백년해로
할미꽃 슬픈 전설 가슴에 새겨놓고
머나 먼 황혼의 길 따스히 맞잡은 손
니불 깃 다독이는 노을 진 순정의 꽃
니불;이불
2012.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