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의 길

生과 死의 갈림길에서

눈님* 2023. 7. 28. 14:21

동혁아~

동혁아~

 

오늘 밤도 어둠 속에 목이 쉰 애절한 부름은 계속된다.

누구인지도 모를 이름을 계속 부르고 계신다.

지금 89세가 된 uh(여) 어르신이다.

연세로 보아서 아들이거나 아니면 손자일 것 같다는 추측만 하고 있다.

 

처음 요양원에서 뵈었을 때는 참으로 다정하고 친절한 분이셨다.

한쪽 다리가 많이 불편하셔서 앉아서 이동을 하시지만 언제나 웃는 모습에 조금의 도움에도 "선생님 고맙습니다."를 잊지 않으셨다.

소량이지만 맛있게 잘 드시고 아는 것도 많아 남자 어르신들에게 인기도 독차지였다.

 

어느 날 갑자기 고열과 기침이 계속되고 응급처치를 하였지만 폐렴으로 진행되었다.

가족과의 연락도 잘 닿지를 않아 걱정이 많았지만 겨우 연락이 되어 병원에 입원하셨다.

많이 악화되어 3일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병원의 판정을 받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3일을 넘겼다.

가족들도 병원비가 부담되었는지 그냥 요양원에 계시기를 바랐다.

 

다시 우리와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 놀라운 호전을 보였다.

인공호흡기도 떼고 죽으로 식사를 대신하였지만 거짓말처럼 살아나셨다.

급한 불을 끈 후 자세히 관찰하니 항문 주위가 짓물러 욕창의 전조 상태를 보였다.

정신이 혼미하고 자세가 바르지 못한 상태에서 치료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나로서는 최선을 다 해 깨끗하게 하고 약을 바르고 통풍을 시키는 방법밖에 도리가 없다.

나았다가 재발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참 안타깝다.

 

눈 주위가 꺼뭇꺼뭇하고 얼굴은 앙상해졌다.

그러나 죽에서 밥으로 바꾼 후부터는 식욕이 왕성해져서 모두들 안심을 했다.

직접 숟가락으로 잡숫는데 밥알 한 톨도 남기지 않는 놀라움도 보인다.

그런데도 밤이면 애타는 부르짖음은 계속된다.

동혁아!

할머니!

누가 날 좀 살려 주이소!

나도 이제 가요.

적막을 깨는 소리가 너무 처절하다.

어깨를 쓰다듬어 안정을 시키고 물을 한 모금 드리지만 잠시 후면 다시 시작된다.

 

어제는 하루에 변을 5번이나 보았다.

식사량에 비해 엄청난 양이다.

숙변일 수도 있고 어쩌면 몸속의 노폐물을 다 쏟아버리고 떠나시려는 지도 모른다.

주의 깊게 관찰했지만 별 다른 반응은 없다.

단지 '동혁이'를 애타게 부를 뿐이다.

 

아침 회의시간에 어르신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떠나야 할 시간은 되었는데 꼭 보아야 할 사람을 보지 못해 애타게 부르는 게 아닐까?

대체로 그런 것 같다는 반응이다.

 

부모님은 자식을 낳아 아무리 귀찮고 힘들어도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사람의 성격이나 환경에 따라 사랑하는 방법이야 다를 수 있겠지만 성인으로 자랄 때까지 온갖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식들은 어떠한가?

부모가 연세가 많아 병이 들고 힘이 없어 자신들에게 부담이 되면 귀찮아하기도 하고 현대판 고려장도 서슴지 않는다.

아기로 태어나 성장을 하여 중장년을 거쳐 노년기를 거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부모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내 자식이 귀하면 내 부모도 귀하다.

귀한 자식이 부모를 보고 그대로 배운다는 것을 왜 모를까?

"나는 부모처럼 살지 않는다. 노후 준비를 미리 해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큰소리치는 사람 가끔 보는데 사람이 경제력만 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외로움이라는 걸 왜 모를까?

아무리 친구가 많고 동기간이 있고 하는 일이 있다고 해도 자식에게 외면당하는 노후가 얼마나 쓸쓸한지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uh어르신은 이곳에 오신 지 1년이 넘었다는데 아직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달마다 내는 본인 부담금도 통장으로 입금한다고 한다.

아무리 생활고에 힘이 든다고 해도 너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부모 노릇을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배우고 젊은 자식들은 최소한의 자식 노릇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오늘 밤도 애타는 절규를 들으며 어둠 속에 주먹을 휘두르며 내뱉는 소리~

나이 들고 병 들은 부모 귀찮다고 방치하는 사람들,

자식 낳지 마라!

낳으면 자신도 꼭 저런 대접밖에 받지 못한다.

 

201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