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며느라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늘은 특별한 외출이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장마 시작 후 강수량이 최고란다.
대구 100m~300m 일기예보다.
이럴 때는 외출 자제가 맞지만 그럴 수 없다.
아들 빼고 며느리와 만나기로 했으니 완전히 독차지할 기회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시집 식구들을 좋아하는 사람 드물고 '시'자가 들어가는 시금치도 싫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대구에 세미나가 있는데 마치고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한다.
평소에도 너무 바쁜 줄 알기 때문에 가능한 시간을 뺏지 않으려고 한다.
보고 싶은 마음과는 별도로 부모의 마음이 그러하다.
쏟아지는 비로 이동이 불편하니 그냥 올라가라고 해도, "안 돼요" 단호하다.
아이들 만날 때는 옷에 신경을 써야 된다며 편한 것만 좋아하는 남편에게 무언의 압력을 넣고.
머리 세팅, 코로나 이후에는 하지 않던 화장도 엷게 했다.
호출 택시는 바로 왔지만 쏟아지는 비로 승하차 시에는 불편했다.
시야도 흐리고 옆의 대형버스가 지나가며 치는 물벼락은 위험하기도 하다.
이런 날 늙수그레한 부부가 외출을 하는 게 의아한 듯 젊은 기사가 말을 건넨다.
"아들도 함께 오는가요?"
"아닙니다, 며느리 혼자 와요"
대답을 하는데 뿌듯하고 며느리의 예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지난번에 들려서 호평을 했던 식당 '우연'은 이번에도 좋았다.
고기도 좋지만 서비스를 받으며 여유롭게 먹는 기분은 내게는 또 다른 기분 좋은 일이다. 어디를 가거나 여럿이 함께 음식을 먹을 때에는 생선뼈를 바르고 고기를 굽고 정리는 내가 하는 게 습관처럼 되어있다.
아들이 없는데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
남편은 보관 중이던 달러와 약간의 돈을 주며 "다음 주 너희 부부 유럽여행 갈 때 맛있는 것 사 먹어라" 는데 눈에 꿀이 뚝뚝 떨어진다.
중년의 자녀들, 어린 손녀에게도 '맛있는 것 사 먹어라'는 멘트는 시간이 멈춘 듯 늘 한결같다.
"네, 감사합니다 "
짝짝짝!
폭우로 열차가 비정상적으로 운행을 하니 역에 가서 상황을 보며 차표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오늘 동대구역 플랫폼에서 고전적인 이별을 해보자"
비는 쏟아지고~~
부산에서 출발하는 KTX가 168분이나 연착이 되고 행선지가 다른 곳곳이 시간 차만 있을 뿐 매한가지다.
기차표를 끊어주려고 카드를 손에 쥐고 이걸로 결재하라고 재촉했지만 벌써 예매했다고 한다.
요즘은 휴대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는 시대라는 걸 깜빡 잊은 꼰대 시어머니가 되어버렸다.
출발 1분 전이라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달려가고 우리는 차를 타지 못했을까 봐 걱정만 하고 서성거렸다.
잠시 후 기차를 타고 가고 있다는 말에 안심이 됐다.
이쁜 며느리와 고전적인 이별은커녕 기차 놓칠까 봐 가슴만 애태우는 이별을 했다.
그래도 특별한 날로 기억하고 싶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