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처방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눈님* 2023. 6. 5. 18:22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랫동안 마스크에 감추어졌던 얼굴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밝은 곳에서 거울을 보니, 어휴~ 한숨이 나온다.

주름에 잡티, 거기에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는 T존 주변에 자잘한 붉은 뾰루지들.

자연스럽게 변하는 얼굴이야 탓할 수 없지만 사춘기도 아닌데 정체불명의 불청객이 시나브로 드나드니 거슬린다.

병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피부과를 몇 번을 다녀도 재발이 되니 포기를 한 상태다.

나이가 들수록 몸과 마음의 관리가 필요하다는데,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다시 도전이다.

 

오래전에 피부과 상담을 했을 때 환자의 고민을 진심으로 염려해 주시며 최선을 다해주신 선생님을 찾아뵙자.

믿음을 갖고 근본적인 해결을 하자.

마음이 결정되면 행동은 빠르게.

병원은 리모델링이 되었고 그때 선생님은 계시지 않았다.

요즘 피부과는 피부의 질병 환자보다는 고액의 피부미용 고객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접수부터 사무적이다.

피부관리 고객이 끝나는 사이를 이용해서 일반 환자와 잠시 의사 선생님과 상담이 있다.

환자에게 증상을 묻고 대답하고.

약을 줄 테니 꼭꼭 찍어 바르고 주사 맞고 며칠 분 약을 복용, 4일 후에 다시 오라. 끝

의사가 환자를 진찰한 후 어떤 질병인지, 상태는, 앞으로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하고 주의사항 정도는 얘기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똑똑하게 더 묻지를 못하고 뭔가 부족하지만 나와서 계산을 하려니 값비싼 연고를 주면서 진료비와 함께 계산을 하라고 한다.

 

약국에 제출하는 처방전에는 또 다른 연고 처방전과 약 처방전이 따로 두 장이다.

한 장만 해도 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연고는 보험이 되지를 않고 약값만 정식으로 계산되어서 약봉지에 영수증이 적혀있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든다.

연고에는 보이지 않을 깨알같이 작은 글씨의 영어가 사방으로 적혀있어서 수입제품이라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줄 알았다.

집에 와서 돋보기로 병원, 약국 두 가지의 연고를 보니 듣지도 보지도 못한 국내 제약회사 이름이 적혀있다.

 

'처방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너무나 익숙한 구호다.

그런데 피부과에서 처방전도 없이 의료보험 제외된 연고를 비싸게 판매를 한다.

영수증 요구에 싸늘한 반응, 다시 방문해야겠기에 을의 입장이 되었지만 뒤끝~~

약국에서도 공단 제출 정식 영수증은 약값만 발급하고 연고는 제외로 기분 상함. 

 

병원과 제약회사, 의사, 약국, 공생관계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일이지만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니 참 칙칙한 세상이다.

그들의 대상은 하나같이 아프고 힘들어서 찾는 곳이고 의사 선생님께 도움받고 싶은 사람들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엄중히 지키라고 요구하는 환자는 없다.

환자들에게 친절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의사로서 해야 할 진료는 성실하게 하고 환자에게 신뢰받지 못할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

의사와 간호사와의 밥그릇 싸움에 눈살 찌푸려지는데 현장에서는 의료보험공단과의 눈속임, 환자에게 부담을 주는 진료와 처방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양심적인 의사들에겐 미안하지만 의사를 존경하지 않는 풍토는 그들 스스로 자청한 일이다.

의사는 고도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분야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정직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