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조카/ 아들과 며느리

눈님* 2023. 3. 1. 18:40

며칠 전부터 조카는 일요일에 꼭 시간을 비우라고 한다.

지난겨울 언니랑 조카와 포항 갔을 때 잠을 자지 않고 홀로 밤바다를 보았다는 말을 조카는 새겼나 보다.

남편도 가겠다고 해서 함께 다녀왔다.

조카와 남편은 확실히 세대차가 나고 대화도 재미가 없다.

이모부와 살가운 사이는 아니지만 내가 남편 흉을 보면 "젊었을 적에 술집에서 이모부를 만났는데 이모부의 사인이 된 수표를 주어서 친구들 보기에 뿌듯했다" 라며 이모가 모르는 멋이 있다며 이모부를 감싸주는 여유가 보기 좋다.

동해의 푸른 바다를 보았고 드라이브를 했지만 특별한 감동이 없었다.

여행은 누구랑 갔는지가 중요함을 새삼 느꼈고 두 사람이 소통의 계기가 되었다는데 의미를 둔다.

 

 

"언니야, "

"나는 아이들이 멀리 있으니 나이가 자꾸 들면 어떡할까 고민이다."

그 말이 전해졌는지 요즘은 조카가 많이 신경을 쓴다.

이모부랑 뷔페 먹을 기회를 만들기도 하고 호텔식 베개가 좋더라고 했더니 바로 검색으로 시켜준다.

화분 키우는 걸 좋아하니 베란다에 장식용 태양열 전등도 설치해 주겠단다.

밤에 분위기가 좋다고.

세월의 훈장이 얼굴에도 마음에도 겹겹이 쌓여있는데도 조카는 아직도 이모가 소녀 같은 분위기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엄마가 걷는 게 불편하니 지금부터라도 많이 모시고 다녀야겠는데 이모도 함께 해야 재미가 있다나.

가고 싶은 곳이나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만 하라고 한다.

캠핑 용구도 다 갖추었으니 언제든지 나가면 된다고 신이 났다.

어릴 때 제일 많이 업어준 조카, 오랜 세월 함께 한 추억이 너무 많다.

(이모에 대한 환상이 깨어져 버렸다던 가슴 아픈 추억은 언제가 기회가 되면 쓰려고 한다.)

우리 이모는 나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

 

아들 부부는 늘 바쁘다.

대전과 서울에 떨어져 있으니 그나마 일하는 데는 방해를 받지 않으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주말에 만나서 잠자고 노는 게 피로를 푸는 거라나.

짧은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와서 택배로 보낸 선물

박스에 차곡 쌓인 게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같기도 하고 어릴 적 국제기구에서 보내준 생활용품 선물 꾸러미 같기도 하다.

과자를 비롯한 차와 주방의 식료품의 다양한 종류가 엄청 많다.

일정이 바쁠 텐데 뭘 이런 걸 신경을 쓰냐? 

글로벌 시대지만 난 국산 애호가다.

더구나 일본제품 불매 운동에 앞장섰던 입장에서 생각만큼 기쁘지가 않다.

 

아들은 제품 하나하나에 설명과 사용법을 깨알처럼 써서 붙여놓았다.

며느리는 시간을 내어서 꼼꼼하게 물건을 고르는 정성을 들였을 것이다.

친정과 시집 시누이 집까지 챙겼다.

이런 며느리와 아들의 마음 씀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