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蘭香千里/人香萬里

눈님* 2023. 2. 2. 00:59

눈을 감는다.

깊다.

긴 들숨으로 들이 신 향기는 온몸의 실핏줄까지 은은한 향기로 채워지는 것 같다.

이렇게 작은, 예쁘지도 않고, 화려한 색도 아닌 수수한 너에게서 헤어나지를 못하는 나

일 없이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한다.

 

베란다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무심히 두었는데 해마다 한대의 꽃대가 올라와 행복을 주었다.

그런데 올해는 두 개의 꽃대가 올라와 기쁨 두 배.

영양제를 꽂아두어서 그런가?

 

설날 아들 부부가 왔을 때 후회를 했다.

꽃봉오리만 맺힌 난을 따뜻한 실내에 옮겼으면 때맞춰 꽃이 피었을 텐데, 생각을 못 했다.

이틀이 지나니 맨 아래 봉오리가 피어나고 코를 대면 찐한 향이 느껴진다.

바로 실내로 옮겼더니 하나 둘 봉오리가 피기 시작한다.

향기는 더 넓게 퍼진다.

 

내일은 딸이 온다.

난의 향기가 천리라면 딸의 향기는 만리다.

난의 봉오리는 모두 활짝 피어서 근처를 스치면 저절로 스르르 눈이 감긴다.

딸의 향기와 난의 향기에, 나는 행복에 흠뻑 취할 것이다.

제때에 활짝 피어준 센스 있고 고마운 蘭

내년에는 포기 가르기도 해 주고 사랑도 듬뿍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