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님* 2022. 9. 15. 01:46

추석~

우리의 고유 명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객지로 나간 자식들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부모를 찾아오고 집안이 함께 모여 조상에 차례를 지내는 풍습은 좋은 미풍양속이라며 잘 지켜왔고 조금은 불편하고 힘들었어도 행복함을 더 많이 느꼈다.

그런데 시대도 바뀌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추석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오곡백과를 조상께 바치던 추석이나 설날 제사는 생략하고 기제사나 통합, 성당이나 절에 모시기 등 각자의 형편에 맞춰서 하게 되었다.

 

우리도 형식에서 벗어났다.

큰댁이 서울로 이사를 가면서 모두 정리를 했다.

대구에서는 형님과 둘이서 대소사 준비를 했는데 형님이 몸이 좋지 않으니 할 수가 없고 자식들에게 부담 지우기를 싫어하셨다.

나도 자주 보지 못하는 아들,딸 가족 혼자 독차지하고 볼 수 있어서 대환영이다.

아들 부부가 추석 전날 와서 함께 보냈다.

저녁 식사 후 동네 산책을 했는데 어두운 밤을 밝히는 달은 너무 아름답다 못해 몽환적이다.

"오늘 밤의 산책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며느리의 말이다.

 

 

 

모르면 편하다~많이 알면 신경 쓰이고 머리 아플 때도 있다.

무식한 소리를 하며 변화와 모험을 두려워하고 불편함을 거부하고 안락함에 안주하며 살았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 말은 생략한 채 게으름을 피우며 스스로의 변명일 뿐이다.

변화를 즐겨보자.

지난번 용하 캠핑장의 즐거움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사위와 딸, 손녀랑 캠핑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태풍 무이파로 마음을 졸였지만 중국으로 태풍의 진로가 바뀌고 강릉은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기상예보.

시외버스를 타고 강릉에서 내리면 마중 나오기로 약속

 

 양양 휴게소에서 잠시 군것질과 동해바다 촬영

 

연곡해변 솔향기 캠핑장(강릉)

 

이번 캠핑에서 버킷리스트 2가지를 해결하려고 했다.

레일바이크 타기, 해변에서 불꽃놀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내 나이가 어때서?

불꽃놀이는 금지사항에 적혀있어서 포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잠들고 나면 멀리 외딴곳에 가서 작은 불꽃놀이를 하자는 딸이 고마웠다.

엄마가 원하는 걸 어떻게든지 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정동진의 레일바이크 2,4인용 예약

사다리 게임을 해서 2~3명 편을 가르자고 하니 손녀는 반대다. 엄마가 너무 좋으니 엄마, 위험을 대비해서는 아빠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리지만 모든 일에 논리적이다.

무작위 줄을 그어서 색색의 연필로 사다리 타기 게임을 해보는 재미는 덤이었다. 

정동진은 웃픈 추억이 있는 곳이다.

다른 기회에 풀어놓으련다. 

정동진  모래시계

 

추억의 카페 SUN

 

철 지난 해당화

 

정동진 레일 바이크

 

강릉 중앙시장 앞

 

테라로사 커피 내부

 

난 믹서 커피의 찐 팬이다.

세련되지 못하고 시골스럽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집을 떠나서 여행을 할 경우는 가방 속에 잊지 않고 챙겨가는 중요품이다.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어쩔 수 없이 원두커피를 먹기는 해도 그냥 자리값이라 생각할 뿐이다.

사위는 커피의 성지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는 테라로사 커피공장 강릉 본점으로 안내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시내에서 동떨어진 외곽에 이런 큰 건물이 있는 것도 놀랍지만 커피 문화의 진화는 끝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2박 3일이었지만 순발력 만점 사위의 활약으로 알찬 시간을 보냈다.

명절이나 생일 등 꼭 만나야 할 경우에는 집에서 만나는 것보다 캠핑이나 여행을 하자며 약속하고 손녀와는 손가락 걸고 도장 찍고 복사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