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용하야영장
더위가 너무 싫다.
추위야 옷을 두껍게 입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해결이 되는데 더위는 상상만 해도 고약한 불청객이다.
여름철이면 가능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이동을 하는 것도 자제하는 편이다.
캠핑 간 딸의 전화에 굳건히 지키던 의지가 약해져서 합류하기로 했다.
동대구 터미널에서 우등고속을 타고 충주까지 가면 마중 나오기로 하고.
빠르기와 안전은 기차가 낫지만 고속버스는 중간에 내려 바람을 쐬고 간식을 즐길 수 있는 여행의 즐거움이 있다.
처음 가보는 충주에서는 구경할 사이도 없이 맛집을 찾아서 점심을 먹고 바로 야영장으로 갔다.
짧은 일정이지만 누릴 건 다 누려야 한다는 부지런한 사위의 말이다.
눈앞에 펼쳐진 야영장은 낙원이다.
용하계곡의 물줄기를 끌어서 야영장 가운데로 흐르는 인공 도랑을 만들어놓았다.
물은 맑고 얕아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고 어른들도 발을 담그고 있으면 더위는 남의 나라 얘기일 것 같다.
오기를 잘했어!
빠른 정리를 하고 물놀이 옷으로 갈아입고 계곡으로 같다.
넓은 계곡이지만 물은 부분적으로 흐르고 군데군데 웅덩이처럼 고여 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는 물놀이 기구를 가지고 노는 어린이들이 붐볐다.
물 만난 고기 같다는 말처럼 소리를 지르고 물장난은 어른, 어린이가 따로 없다.
사위는 딸에게 잠수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기구를 이용해서 숨을 쉬고 물을 뿜어내는 법을 가르치느라 열심이다.
이걸 할 줄 알아야 바다 여행을 할 때 더 재미있고 아름다운 바닷속 구경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물보다 신기한 돌이 많아 돌 수집에 몰두하고 손녀와 돌 쌓기 놀이가 더 재미있다.
물가에서 어슬렁거리던 남편이 손녀에게 이끌려 물속에 발을 담게 되고 때맞춰 사위가 물을 뿌리고 당황하던 딸도 함께 물을 뿌리고 남녀 편을 갈라 물싸움이 난리도 아니다.
난 밖에서 우아하게 물싸움 구경하며 손뼉 치며 웃다가 발만 담가보라는 사위의 꼬임에 넘어가 엉겁결에 물에 들어갔다.
짓궂은 사위의 물세례에 딸은 너무 놀라서 말렸지만 손녀와 사위의 물폭탄을 피하지 못하고 풍덩 빠졌다.
에라 모르겠다.
이왕에 젖은 몸 물놀이나 실컷 하자.
잘 놀 줄 모르는 나지만 직접 몸을 던지니 진짜로 재미있다.
나의 버킷리스트에....... 뭐예요?
해먹을 타고 싶은데 다음에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위는 근처 큰 나무에 해먹을 달았다.
맥가이버가 따로 없다.
손녀와 남편이 합세를 하는 바람에 나의 꿈은 조금 빗나갔다.
솔솔 부는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며 조용히 책을 읽는 게 꿈이었는데.
어떻든 나의 버킷리스트의 하나는 해보았으니 줄을 긋자.
어둠이 내리자 곳곳에는 불꽃이 피어오르고 구수한 고기 굽는 냄새가 퍼진다.
어린이들은 물에서 작은 뜰채를 던지거나 튜브를 타기도 하고 어른들은 시원한 술로 꾸밈없는 표정을 보니 일상에서 벗어난, 진정 행복한 모습들이다.
우리는 후레시를 하나씩 들고 불빛이 없는 계곡으로 별구경을 나섰다.
바위틈을 조심히 발걸음을 떼어 놓았다.
별 탐험대 같다.
별을 카메라로 담으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다섯 명이 안전하게 앉을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사위가 하자는 대로 따랐다.
"열을 셀 동안 눈을 감고 계세요."
어린이들처럼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하나, 둘, 셋~~~~ 열!
"눈을 뜨세요~"
우와!
검푸른 하늘에 크고 작은 보석처럼 빛나는 별들의 나들이에 탄성이 절로 난다.
처음으로 뚜렷한 북두칠성을 찾았다.
개울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고, 깨었다.
짐을 챙기는 동안 내가 할 일은 손녀와 놀아주는 것이다.
색종이 접기를 하다가 배를 접었는데 옆에 물이 있는데 그냥 있을 수가 없지.
"원아, 배에 개미를 태워서 위에서 떠내려 보내보자."
개미가 빠지는 걸 걱정하는 손녀를 위해 나뭇잎을 태웠다.
작은 폭포를 만나 종이배는 뒤집어졌고 물에 푹 젖어 다시 띄울 수가 없었다.
다행이다. 개미를 태웠더라면 손녀는 많이 놀랐을 것 같다.
다시 만들어 폭포에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띄웠는데 카메라가 준비되지 않았다.
물에 젖어 침몰하기 전에 찍어서 남겨두고 싶은데, 실패~~~
월??
갑자기 월악산이 생각이 나질 않아 '월'자로 시작하는 노래를 불렀다.
평소에도 대화 중에 어떤 단어나, 지명이 나오면 관련된 노래가 저절로 생각이 나고 노래를 부르게 된다.
월출산 신령님께 소원을 빌었네~~~~
"할머니 교회 다니세요?"
"아니."
"노래가 이상해요."
아하~
"어린이는 동요를 부르고 가끔 랩도 하잖아."
"60살이 넘은 사람들은 이런 노래를 잘 불렀어, 트로트라고 해."
어린이와 놀면 예측불허, 상상외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생각지도 않았던 번개팅이었지만 아기자기한 고운 추억과 난생처음 물속에 온몸을 던졌는 기억들은 놀이에 대한 대담함을 앞으로 기대해 봐야 될 것 같다.
피곤한데 서울로 바로 올라가라고 하니 기어이 대구로 함께 가겠다고 한다.
아름다운 충주호 근처 맛집 '악어섬'에서 식사를 하고 복숭아와 복숭아 주스를 샀다. 덤으로 복숭아 4개와 즙 4 봉지를 더 주는 후한 인심에 충주와 제천은 더 좋은 이미지가 남을 것 같다.
국도를 타고 상주 보, 문경을 드라이브하며 짧은 일정에 맞추어 최대한 즐긴 시간이었다.
너무 예쁜 세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