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참 착하다
"당신, 참 착하다."
심쿵!
젊은 청춘들이 많이 사용하는 '심쿵'이 이런 감정이구나.
남편이 올려다 보인다.
며칠 전에도 남편에게서 착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살면서 남편에게 처음 듣는 말이었지만 그때는 별 감정이 없었다.
언니들, 올케언니, 큰 동서, 연세 많은 지인들께 안부 전화를 규칙적으로 한다. 매일 하는 곳도 있고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곳도 있고 편찮아 몸져누워계시면 매일 일을 삼아 하지만 몸에 배어있어 어렵지 않다.
특별히 공감하는 대화도 별로 없고 청력이 좋지 않은 분들에게는 큰 소리로 말을 해야 하지만 안부 전화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다.
손 위와 어울리면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손 아래, 젊은 세대와 대화하는 게 더 재미있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 배우는 것도 많다.
많은 가족이 모이면 비슷한 연령끼리 어울릴 때도 나는 조카들과 어울린다. 조카들도 막내 고모(이모)는 우리 쪽으로 오세요!
이런 내가 꾸준히 손 위를 챙기는 걸 보고 남편이 한 말이다.
우리 아파트는 수요일마다 단지 내에서 장이 서지만 토요일에는 대로변에 갖가지 농수산물을 파는 난전이 선다.
공산품이나 육류 등 대부분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배달을 시키지만 과일, 채소는 토요일 난전에 사는 게 싸고 싱싱하다.
토요일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남편이 콩나물을 너무 좋아하는데, 이곳에서 시루에 담긴 콩나물을 바로 사면 고소해서 맛도 있지만 일주일도 싱싱하게 보관이 되기 때문이다.
늦게 가면 콩나물이 모두 다 팔리고 없기 때문에 오전 중에 가야 한다.
오늘은 필요한 게 많아 남편을 동원했다.
다른 곳은 손님이 별로 없는데 이곳에만 벌써 여러 명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고구마, 감자, 참외, 콩나물, 풋고추, 오이, 열무를 샀다.
남편은 양손 가득히 들고 만족스러워하며 이럴 때마다 술값이 너무 비싸다며 반성을 한다.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에어컨 덮개를 걷어내고 더위와 습기에 대비를 해야겠다.
30도라니 한여름에 비하면 참을 만 하지만 별로 움직이고 싶지 않다.
거스름돈을 받아서 모아 둔 천 원 권, 오천 원권을 챙겼다. 60,000원이다.
조금 전 야채 파는 아주머니가 잔돈이 없어서 쩔쩔매는 걸 보았기 때문에 바꾸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관문 소리를 내지 않고 살짝 다녀왔다.
남편의 의아한 눈길에 사실대로 얘기를 했다.
또 쓸데없는 짓 했다고 잔소리를 들을 것 같은 예감에 목소리는 작았다.
"당신 참 착하다."
심쿵!
이렇게 멋지게 말하는 남편을 얼마나 기다렸나.
내가 하는 보잘것없는 작은 일이라도 쓸데없다고 말하는 것보다 칭찬해 주는 남편
작은 일도 소중히 여기고 감동하고 공감하고 좋은 의미를 갖게 된다면 우리는 더 많은 행복함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조금 바쁘기도 하고 보는 책이 있어서 블로그에 관심을 갖지 못했는데 오늘 일은 꼭 남기고 싶어서**
**2주 전에 채소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산 별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