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루기 쉬운 남자, 여자

눈님* 2022. 4. 14. 18:27

변덕스러운 봄 날씨라더니 날씨만 그런 게 아니다.

예전에는 시어머니의 변덕도 며느리들에게는 고통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시어머니의 변덕은 자취를 감춘 듯한데 퇴직한 부부들 사이에 아내의 변덕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내 마음도 그런 것 같다.

며칠째 무표정한 눈, 한일자로 다문 입, 밉상스러운 얼굴이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재미없어서 못살겠다고 딸에게 하소연하고 남편에게도 고백했다.

업무에 시달리는 아들에게는 아빠 엄마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거짓말을 했다.

남편 왈

"내일 술 한잔할래?"

멍~~~~~

 

아침 준비를 하면서 샐러드를 모양 좋게 담았다.

과일, 야채, 견과류를 색깔을 맞추었더니 내가 봐도 괜찮다.

"예쁘네, 사진을 찍어야겠다."

남편의 말에 눈으로 확인했다.

"잠깐~"

"그러면 위에 더 예쁘게 장식할게요."

샛노란 배추 새싹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눈은 웃고 입꼬리는 올라가고 목소리도 달라졌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음식 놓고 사진 찍는 거 꼴불견이라던 사람이 웬일?

 

대구 날씨가 낮 최고 30도를 오른다고 하니 완전히 여름이다.

앞산 둘레길을 걸어 앞산 네거리로 가는 길은 온통 벚꽃길이다. 절정기를 지나 벚꽃이 지는 중이지만 멀리서 보면 꽃처럼 아름답다.

곳곳에는 철쭉이 필 준비를 하고 있다.

단비가 한나절만 내려준다면 당장에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텐데.

대로변의 예쁜 건물에는 커피숍들이 대부분 자리 잡고 있는데 봄꽃으로 단장하고 발길을 멈추게 한다.

목적지는 안지랑골 곱창 골목

항상 시끌벅적하던 이곳도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썰렁하다.

그것도 휴일에는 반반씩 쉬기로 정했다나.

황토 가마로 애벌구이를 해주는 단골 집이 쉬는 날이라 돌아올 수도 없고......

다른 집이라 아쉬웠지만 막창, 곱창, 소주 1 맥주 2병으로 기분 충전 100%!

 

다음날

딸~"엄마 오늘은 기분 어때요?"

걱정하는 딸의 전화다.

엄마~"아빠가 샐러드 예쁘다며 사진 찍어야겠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는데 술까지 먹고 많은 얘기를 나누고 나니 완전히 

         회복되었어."                   

        "그러고 보니 아빠만 다루기 쉬운 남자가 아니고 엄마도 다루기 쉬운 여잔데 아빠는 그리 쉬운 걸 잘 몰라."           

 딸~   "남자들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눈치가 없거든요."

         "그리고 엄마가 솔직하게 얘기를 해서 좋아요."

 엄마~"그런가, 고마워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