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다듬기/1
처음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는 생각이 단순했다.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을 보관해 두는 창고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창고보다는 추억 속에 남아있는 나만의 공간 '다락방'이라고 해야겠다.)
타인의 창작품도 여러사 람이 공유하면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감사함을 남기고 욕심나는 대로 모셔왔다.
카페 활동으로 쓴 행시를 이곳에 옮겨오니 부자가 따로 없고 카페가 문을 닫아도 덜 안타까울 것이다.
남기고 싶은 일은 자유롭게 쓰고 형식이나 격식을 차릴 필요도 없으니 홀가분하다.
겨우 배운 컴퓨터 실력으로 카페 활동, 행시 쓰기, 남의 자료 무단 도용, 천방지축이었다.
사정이 있어서 활동을 중단하다가 다시 블로그를 열어보니 딴 세상이 펼쳐졌다.
블로그 형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짧은 컴 실력에 한참을 비웠으니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손을 대려고 해도 자료가 없어져 버릴까 봐 속수무책.
기가 막힌 건 내용과 관계된 영상과 음악이 지원 불가라니, 울고 싶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데.
저작권법이 통과되었고 창작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게 맞는데 이렇게 빨리 모든 게 해당되는 줄은 몰랐다.
썼는 행시라도 복원해 보려니 그것도 불안하고 너무 많아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재빨리 비공개로 돌렸다.
노후 준비의 하나로 이곳에 다시 일기를 썼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편하다.
자판을 두드릴 힘이 있을 때까지~~
실천을 위해서는 공개가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래전 몇 분의 블친님과 다시 소통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된다.
시간이 많아진 탓인지 블로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새로운 블친이 몇 분이 생겼는 것도 신기하다. 아직은 블친이라고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서로 방문과 댓글과 답글을 주고받으니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다.
혼자서 노는 것보다 조금 더 재미있고 유익하고 신경 쓰이고~~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내가 더 넓은 사회와 사고와 배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자람이 많아 배움을 즐기는 나로서는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은 진심이다.
조금 알면 더 궁금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기다려 보자던 막연함 보다 10년이 넘은 세월 그때 블친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성격 탓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부분 휴면 상태가 되어있었다. 연세가 많은 분은 이해가 되지만 넘치는 에너지로 불꽃 활동을 하시던 분들이 댓글 대기 상태가 되어있고 댓글을 달 수 없도록 되어있는 아픈 블친도 있었다.
어쩌면 페이스북으로 이동을 했을 수도 있겠다.
회자정리(會者定離)를 생각하면 마음 정리가 빠르니 편하다.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남의 사생활을 엿보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궁금해진다.
나와 공감을 같이 하는 사람이면 쉽게 친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더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나는 대로 블친들의 방에 들려 여러 글을 읽어보고 있다.
나름대로 특징이 있고 좋은 점은 배우고 느끼게 된다.
한 블친님의 글을 집중적으로 보게 되었는데 빠져든다.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로 절제된 문장에 뚜렷한 소신과 전달력이 뛰어나다.
내가 쓰는 글이 두서없는 막글이라면 블친은 기승전결에 의거한 완벽한 글이다.
많은 지식과 상식, 철학, 풍부한 경험이 기본적으로 되어있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위로를 삼아 본다.
비교 자체가 미안한 일이지만 그렇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쓴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 전 오랜 시간 보충하고 고치고 다듬어서 올리는 정성이 놀라웠다.
강한 자존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 이 글을 보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생각된다.
반성을 하면서 실천에 들어간다.
걱정만 하고 그대로 방치해둔 자료들을 정리를 해야겠다.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얼굴을 다듬 듯 다듬고 또 다듬어보자.
아침 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