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사람
메모지에 오늘 해야 할 일 1번이 ㅇㅇㅇ친구에게 전화하기다.
전화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1년을 훨씬 넘게 미루어서 늘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때는 주위가 어수선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였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고 오랫동안 통화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카톡이나 전화를 하면서 살자고 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처음 컴퓨터를 배우면서 싸이월드를 알게 되어 재미있었지만 없어지니 나의 흔적도 없어져버렸다.
너무 아쉬워 겁 없이 개인 블로그를 만들었고 여기에 집중했다.
이후 페이스북이나 카톡이 유행했지만 전혀 관심이 없었다.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은 통화보다 카톡이 편하다며 널리 사용하지만 나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광고성 카톡이 하루에도 수십 통, 특별한 의미 없이 베낀 글 전달하는 것, 보는 자체로 시간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ㅇㅇㅇ는 고3 때 같은 반이었다.
둘이는 경쟁 아닌 경쟁을 하는 모범생
나는 일찍 결혼을 했고 친구는 직장 생활을 했는데 서로 연락을 하게 되었다.
객지(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친한 친구들이 몇 명 있었는데 주말이면 우리 집으로 놀러 오곤 했었다.
자취생활을 하던 친구들은 주말이면 딱히 갈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어린 아들이 궁금한 걸 물으면 가장 쉽게 손짓, 발짓, 표정으로 설명을 해주고 진심을 다 해 놀아준 친구가 ㅇㅇㅇ다.
모두 대구가 고향이니 서울에서 만나면 경상도 사투리로 떠들어도 눈치 볼 일도 없어서 편했다.
몇 년 후 우리는 대구로 발령을 받아 정착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시외 전화를 많이 이용했다.
어느 날
전화보다 얼굴 보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는 시외 통화 요금이 비싸서 몇 시간씩 통화를 하면 요금이 많이 나왔다.
친구는 열차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내리면 근처에서 만나 밥 먹고 얘기 나누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둘이는 성격상 말이 많은 타입은 아닌데 공감하는 게 많으니 말이 많아진다.
숨기지 않고 진심으로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고 의논하고 위로하고 기뻐하는 사이였다.
"결혼은 늦어지고 객지에서 혼자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주말이면 외로웠는데 너네 집에 가면 남편도 눈치 주지 않고 잘해주어서 고마웠다"라는 친구의 말에 조금 놀랐다.
그랬나? 기억도 희미한데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니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호음이 들리자 바로 받는다.
변함없는 목소리다.
서로 학교 다닐 때 소리와 변함이 없다며 반가워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만나지 않아도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는 말이 맞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다시 하기로 하고 오미크론이 잠잠해지면 아예 대구로 한 번 오겠다고 한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나 무조건 좋은 사람과 얘기를 하면 완전 수다쟁이로 변하는 자신이 신기하다.
너무 좋은 하루~